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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구글의 비전, 궁극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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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구글의 비전, 궁극의 욕망

입력
2011.08.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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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가 시장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공룡기업이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해 정보기술(IT)의 토털 라인을 구축,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리라는 분석이다. 당장 불안에 빠진 것은 구글의 운영체제(안드로이드)를 쓰는 삼성전자와 같은 하드웨어 업체다. 새삼 소프트웨어에 너무 소홀했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러나 인수를 하든 인재를 양성하든 소트프 파워를 키워 제2의 구글이 되겠다면 이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구글의 비전은 시장 점유 너머에 있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모토로 알려져 있고, 오랫동안 광고 없이 검색서비스를 제공했고, 그랬는데도 지금 전세계 온라인광고의 40%를 독식하는 이 기업의 비전은 그러면 무엇일까.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1998년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욕망은 훨씬 원대하다. 인간의 욕구를 읽어내려는 것이다.

1990년대 숱한 IT 벤처들이 환상처럼 떠올랐다 거품처럼 사라졌다. 구글은 달랐다. 기술집약적 벤처의 힘은 개인적 경험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했다. 구글은 검색어를 포함하기만 할 뿐 쓸모없는 웹페이지들을 한도 끝도 없이 나열하는 그런 검색엔진이 아니었다. 지능이 느껴지던 그 검색은 내게 작은 충격이었다. 지금 구글지도의 스트리트뷰에서 집과 학교를 찾아보며 "어떻게 이런 게 여기 다 있어?"라고 묻는 딸아이의 놀라움이 그와 비슷할 것이다.

구글에는 그런 게 다 있다. 구글지도만 해도 웬만한 나라는 건물에 어떤 가게가 입주했는지 간판까지 볼 수 있다. 온갖 나라의 거리를 샅샅이 누비며 촬영한 결과인데, 기술에 앞서 그걸 다 데이터화하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용감한가. 인수한 키홀의 위성사진까지 결합해, 구글지도와 구글어스는 사실상 지구를 통째로 스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니, 구글이 커버하는 범위는 지구에 그치지 않는다. 구글마스와 구글문에서는 화성과 달 표면을 볼 수 있다. 행성간 인터넷도 개발중이다. 구글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위성을 기지국처럼 이용해 우주에서 인터넷을 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외계 존재가 우주공간에서 통신데이터를 훔쳐가는 '행성간 해킹'에 대비하는 연구를 한다 해도 놀라지 않으리라.

구글지도에서부터 지메일, 유튜브, 그리고 5월 첫 공개한 크롬북(하드디스크 없이 구글서버에 저장하는 클라우드 PC)에 이르기까지 구글은 세상의 모든 사이버활동을 다 기록할 것만 같은 태세다. 그리고 저장된 것을 지능적으로 분석해 내가 원하는 것을, 때로는 나보다 먼저 추출해낸다. 지메일에서 한 번이라도 메일을 주고받았던 사람이면 여지없이 페이스북 친구를 하라고 들이밀고, 정크메일에 파묻혀 놓칠 수도 있는 업무 메일에는 알아서 '중요' 표시를 해준다. 메일을 주고받는 패턴을 분석한 것이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어떤 웹페이지로 넘어가는지 그 패턴을 분석하는 것도 구글 검색기술의 하나다.

그러니 논리적 사고에서부터 무의식적 욕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것이 구글의 비전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삭제해도 구글에서는 여전히 검색되는 저장능력을 갖고서 말이다. 빅 브라더라는 비난에 근거가 없지 않다.

매출 규모로 구글보다 큰 기업은 많지만, 비전의 크기는 어떨까. 세계 일등을 주창하는 삼성이 대단한 기업이라면 마음을 스캔하려는 구글은 무시무시한 기업이다.

김희원 국제부 차장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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