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카다피 시민군이 수도 트리폴리 목전에서 공세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망명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NBC방송은 19일 미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카다피가 가족들과 함께 며칠 내로 리비아를 떠나 튀니지로 망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타임스(WT)는 트리폴리 인근 공항 2곳에 최소 2대의 외국 항공기가 대기하고 있는 등 임막한 카다피의 망명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간간히 카다피의 망명 가능성이 제기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시민군측 대변인이라 밝힌 모하메드는 “최근 사흘간 공항 2곳에서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감지됐다”며 “카다피 가족들은 이미 리비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고 WT는 전했다. 모하메드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항공기 1대와 유럽에서 온 항공기 1대가 미티가 국제공항과 아지지야 공항에 도착한 뒤로 떠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권력 이양 로드맵까지 공개하며 승리를 장담한 시민군은 카다피의 거점 트리폴리의 유일한 석유 공급선인 자위야의 정유시설까지 완전히 장악했다고 18일 주장했다.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40㎞ 떨어진 자위야는 리비아의 관문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시민군은 현재 트리폴리에서 서부로 70∼80km 거리인 수르만과 사브라타, 남서부로 150km 거리의 진탄을 완전히 손에 넣었다.
동부 지역에서는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군은 최근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00km 떨어진 미스라타를 점령했지만, 140km 거리의 즐리탄에서는 양측 간 교전이 지속되고 있다. 한 시민군은 그러나 “(트리폴리 점령은) 날짜가 아닌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물밑에서는 카다피측과 시민군측이 프랑스의 중재로 튀니지에서 내전 종식을 위한 비밀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측은 협상 사실을 공개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다. 바그다디 마흐무디 리비아 총리는 “이제 즉각적인 정전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시민군측은 그러나 협상이 아닌 단순한 토의 차원이라 주장했다. 시민군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NTC) 와히드 부르칸은 “정부측 인사들과 토의를 했지만 협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전 총리는 일간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리비아 측 인사들과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협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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