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생각 습관 20/레이 허버트 지음ㆍ김소희 옮김/ 21세기 북스 발행ㆍ312쪽ㆍ1만5,000원
삶은 판단과 결정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결정은 경험에 근거해 반사적으로 이뤄진다. 가령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고르거나 여행용 짐을 꾸릴 때, 혹은 늘 가던 길로 자동차 운전을 할 때 등이 그렇다.
25년간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연구해온 레이 허버트는 이같이 늘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의사결정 방식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그렇다면 한낱 음료수를 고르고 점심메뉴를 정할 때마다 그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심사숙고 하라는 얘긴가. 그럴 필요까진 없다. 다만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한번쯤 고민해보라는 권유다.
이런 의사결정구조,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말한다. 휴리스틱은 사실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의사결정구조다.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휴리스틱이 주는 익숙함이 때로 치명적으로 위험하다는 것. 늘 가던 길이 빙판이 되어 순식간에 차가 미끄러졌다고 가정해보자. 한쪽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꺾는다. 휴리스틱적인 사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이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휴리스틱은 사람들을 더 큰 위험에 빠지게 한다. 저자는 결정을 할 때 이것이 단순히 습관적으로 해왔던 것은 아닌지 알아채고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휴리스틱의 유형을 20가지로 나눴다. 각 유형별로 심리학자, 과학자, 사회학자 등의 다양한 실험과 과학적인 근거를 뒷받침했다. 휴리스틱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폭넓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겨울에는 더 외롭다고 느끼는 '본능적 휴리스틱', 익숙한 것에 호감을 보이는 '유창함 휴리스틱', 희소한 것에 더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희귀성 휴리스틱', 사람들이 맛집을 찾아 다니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수렵채집 휴리스틱', 돈에 대한 갈망이 클수록 식욕이 왕성해지는 '칼로리 휴리스틱', 히틀러가 입었던 옷을 입지 못하게 하는 '쿠티 휴리스틱', 매일 죽음의 공포에 떨지 않도록 하는 본능적 자기방어 기재인'죽음의 신 휴리스틱' 등이다.
그간 신경 쓰지 않거나 혹은 당연시 여겼던 의사결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원인을 캐묻는 책은 다소 까다롭고 예민해 보인다. 하지만 왜 군인들이 열을 맞춰 걷는지, 눈에서 멀어지면 정말 마음에서도 멀어지는지, 숲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뭔지, 왜 모르는 문제에도 사람들이 대답을 하는지 등 지레짐작해왔던 것들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해준다.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설계하는 사람, 남과 다른 결정을 내리고 싶은 사람, 좀더 의식적으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첫 걸음을 내딛게 도와주는 유용한 책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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