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식품의 '유통기한'표시제도를'소비기한'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자원 낭비도 막고, 물가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985년에 도입한 식품 유통기한(Sell by Date) 제도는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기간을 표시하도록 한 것으로, 그 날짜가 지났다고 식품 자체가 변질돼 먹을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상의 품질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먹을 수 있다. 보관상태에 따라서는 식빵은 20일, 우유는 한 달까지도 괜찮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대부분 유통을 소비로 오해하고 있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은 구입을 꺼리는가 하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멀쩡한 식품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린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도 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반품하거나 폐기한다. 그 비용이 무려 연간 약 6,500억 원이나 되며, 여기에 유통기한이 짧을수록 신선하다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까지 더해져 갈수록 폐기되는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영국처럼 소비기간(Used by Date) 표시제도로 바꾸면 이런 낭비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생산비용이 낮아져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환영할 일은 아니다. 우유파동에 의한 가격상승을 막아보겠다는 미봉책으로 나온 것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판매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자칫 변질된 식품이 유통, 판매될 우려 역시 높기 때문이다. 이미 유통기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인식이 쉽게 바뀔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소비기한 도입이 제조업체의 입장만을 반영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신선도, 기간별로 차등을 두는 가격체계를 만들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제품 선택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며, 나아가 비용절감이 제품가격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기한 기준 설정과 엄격한 관리감독으로 불량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도 해소해 주어야 한다. 국제기준도 좋고, 경제성도 좋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된 식품은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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