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의 밥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중국 청나라 황제의 만한전석(滿漢全席)은 아닐지라도 키 196㎝, 몸무게 94kg의 거구가 하루 종일 먹는 음식치고는 영양실조를 우려할 정도였다. 과연 그 몸집을 그 정도 식사로 버틸 수 있을까.
지난 16일 밤 대구공항으로 입국, 시내 그랜드호텔에 여장을 푼 볼트는 17일 오전 9시45분께 1층 로비로 내려왔다. 아침 뷔페를 운영하는 1층 커피숍 구석 자리에서 그는 토스트와 베이컨, 작은 빵 2조각과 스크램블을 먹었다. 후식으로 수박과 오렌지 1조각에 오렌지주스를 마신 그는 10분 만에 2만4,000원짜리 식사를 끝내고 엘리베이터 속으로 사라졌다.
이날 훈련장소인 경산 육상경기장으로 가기 전까지 호텔 7층 객실에 머무르던 볼트는 점심은 방으로 햄버거를 주문해 때웠다.
저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시간 남짓 20m와 100m를 달린 후 호텔로 돌아온 볼트는 오후 7시30분께 5층 뷔페식당에서 파스타와 흰밥, 새우튀김 3조각에 주스 1잔을 마셨다.
그랜드호텔 식음료부 김민경(29)씨는 "볼트 선수가 먹은 음식은 열량으로 따져 한 끼에 500칼로리 정도였다"며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 정도 먹고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의 식사는 이튿날인 18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침은 프렌치토스트와 소시지, 베이컨 2조각씩에 치즈를 올린 토마토 1조각, 과일 2조각을 먹었다. 점심은 호텔 바깥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주문한 파스타로 해결했고, 저녁은 호텔 뷔페식당에서 갈비를 맛봤다. 이날 저녁은 지역 사업가가 자메이카 선수들을 위해 마련한 환영 만찬이었다.
볼트는 16일 인천공항에서 대구행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 패스트푸트 체인점인 KFC에서 치킨을 시켜 먹는 등, 대회를 앞두고 특별히 음식 조절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의 후원사인 푸마 관계자도 "볼트가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4~5가지 뷔페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볼트의 밥상은 그러나 영양 면에서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서지형 영남이공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운동선수의 경우 하루 필요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1~1.6g이기 때문에 볼트가 먹는 음식이 영양이 모자란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구=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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