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은행 가계대출 이달까지 중단…배경과 부작용/ 고정금리 확대 등 안먹히자 '극약 처방'… 2금융권 풍선효과 우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은행 가계대출 이달까지 중단…배경과 부작용/ 고정금리 확대 등 안먹히자 '극약 처방'… 2금융권 풍선효과 우려

입력
2011.08.18 17:35
0 0

결국 극약 처방을 택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 금리구조 변화(변동→고정) 등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한 각종 방안의 약발이 좀체 듣지 않자, 금융당국이 '총량제한'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말을 듣지 않는 은행을 비틀어서라도 가계대출에 급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국의 의도는 알겠으나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행여 단기효과는 거둘 수 있을지 모르나 더한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따랐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해졌다.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은 금융당국의 위기의식 탓이다. 가계대출의 비정상적인 증가세가 대출금리와 부동산시장의 급변에 따라 언제든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올해 예상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8%대인 걸 감안하면 월별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달대비 0.6% 이하가 바람직한데, 최근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폭도 이달 들어 2주 만에 1조5,000억원이나 급증, 월 평균(1조9,000억원 가량)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빚을 감당할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가계의 총 금융부채는 작년 말 937조3,000억원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의 146%에 달했다. 가처분소득대비 가계 금융부채 비율은 2004년 114%, 2005년 120%, 2006년 129%, 2007년 136%, 2008년 139%, 2009년 143%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한국은행은 4월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수준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확대된다면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총량이 위험요인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대출 전면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 부실에 대한 염려에서 나온 건 알겠는데, 당장 가계대출을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어떻게 구별해낼지 등 꼼꼼한 세부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이 최악은 아닌 만큼 다른 방법을 강구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환경 등 불확실성이 큰 건 사실이나 연체율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소폭 하락하고 있어 (대출을) 올 스톱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9월부터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유도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올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5월 0.76%에서 6월 0.72%로 소폭 하락했다.

반(反)시장적이고 획일적인 조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이 막히면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현재도 은행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빨라 이를 가속화할 수 있는데다 관리능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병호 선임연구원은 "은행의 기본 기능을 막은 셈이니 은행 평판이 나빠지고 고객이 이탈할 수도 있다"며 "비(불경기)가 올 때 우산(대출)을 빌려줘야 한다는 상식에 비춰보면, 이번 조치로 생계를 위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만 억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출총량 규제를 했다가 주택가격 급락을 가져온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