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소화제, 연고제, 정장제(整腸劑) 등 48개 일반의약품이 슈퍼 판매가 가능한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지 한 달이 돼 가고 있다. 이런 약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약국 밖에서 구입할 수 있게 허용됐지만 현재 해당 품목 중 일부라도 팔고 있는 편의점은 4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고를 사러 편의점을 들렀다가는 대부분 발길을 돌려야 할 상황이다.
18일 보건복지부, 한국편의점협회 등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2만 곳 중에서 5,000여 곳에서 의약외품 전환 품목을 팔고 있는 것으로 집계(12일 기준)됐다. 48개 제품 중 현재 생산이 되고 있는 제품은 18개인데, 이중 일부라도 취급하고 있는 편의점들이다. 박카스D, 까스명수, 안티푸라민, 삼성구론산디 등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의약외품을 편의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제약회사들이 약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편의점 등과 직거래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약사는 자사 의약품의 소비자 추천 권한을 쥔 약사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실제 각 제약사에는 개별 약사들의 경고성 전화가 상당히 걸려 오는 것으로 알려 졌다.
현재 편의점이나 마트에 진열된 제품들은 모두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공급된 것이다. 도매상이 제약회사에서 물건을 떼 온 뒤 편의점 등에 유통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사와 직거래하는 약국에서보다 값이 더 비싼 경우도 적지 않다. 안티푸라민을 생산하는 유한양행은 "도매상을 통해 편의점으로 납품된 제품의 값이 대체로 좀 더 비싼 것 같긴 하다"며 "그러나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적용돼 물건을 파는 사람이 값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도매상 마진 탓에 값이 비싸진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카스D를 생산하는 동아제약은 "꼭 편의점 판매가가 더 높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약국에서보다 싸게 판매되는 곳도 있다. 박카스D의 직거래 납품가는 407원이고, 도매상을 거치면 430원으로 27원의 마진이 붙는다고 한다. 박카스D의 소비자 소매가는 판매처에 따라 450~500원인기 때문에 도매상 마진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향후 대형마트 등과 직거래를 하게 되면, 그쪽에서 마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 원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유통가격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약외품 전환 품목들이 편의점에 원활히 공급되기 위해서는 제약회사와의 직거래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약사회의 눈치를 보는 제약사들이 박카스F의 편의점 공급을 기점으로 9월부터는 직거래 계약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17일 박카스F를 6년 5개월 만에 재생산하기로 하고, 유통업체들에 직거래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외 제약회사들은 여전히 유통업체와의 직거래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 지켜 보겠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건상 제약사들이 공개적으로 직거래 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물밑 움직임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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