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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테러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빈 라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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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테러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빈 라덴?

입력
2011.08.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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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테러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5월 1일 알 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소식을 전하며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미국인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정의가 실현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전투에서 이겼는지는 몰라도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의와 맞바꾼 경제적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17일(현지시간) 미 브라운대 왓슨국제관계연구소의 자료를 인용, "미국이 10년간 아프간ㆍ이라크 전쟁을 치르며 지출한 비용이 3조2000억~4조달러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2004년 발간된 9ㆍ11테러조사보고서는 "알 카에다가 테러 수행을 위해 쓴 돈은 40만~50만달러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빈 라덴 입장에서 보면 단 돈 50만달러를 들여 미국이 4조달러를 쓰게 했으니 800만배의 효과를 본 셈이다.

빈 라덴은 2004년 공개된 영상에서 "무자헤딘 전사들이 10년 동안 피를 흘리며 옛 소련군을 몰아냈듯이 우리는 미국이 파산할 때까지 테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7조달러를 넘고 예상 적자만 4,130억달러에 달해 끊임없이 미국을 타격하면 경제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구체적 증거도 제시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지만, 빈 라덴이 시작한 것은 미국 파산이란 경제전쟁이었던 셈이다.

빈 라덴의 예언은 7년 뒤 놀라우리만치 적중했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14조달러로 2003년 3월 이라크전이 시작되기 전(6조4,000억달러)과 비교해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또 지난달에는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에서 촉발된 파산(디폴트)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기도 했다.

죽은 빈 라덴의 망령은 미국 경제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빚더미에 올라 앉은 정부 재정,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 미국발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대테러 전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1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에게 860억달러의 흑자 예산을 물려줬다.

하지만 그 해 알 카에다와의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돌입하면서 나라 살림은 극도로 궁핍해졌다. AFP는 "10년 간 국방예산 증가 등으로 미국의 지출규모는 두 배 늘어난 반면, 부채상환에 필요한 수입은 10% 증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불균형한 수입ㆍ지출구조가 굳어지다보니 대테러 전쟁에 필요한 자금은 빚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고, 부채 규모도 덩달아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현재 국방비가 연방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게다가 부시 정부는 지출이 늘어나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도 거꾸로 감세 정책을 고수해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는 주택담보 대출 부실이 원인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대테러 전쟁과 관련돼 있다"며 "당시 미국은 이라크 분쟁에서 비롯된 고유가 위기를 해결하느라 민간 부문의 빚을 떠안을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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