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자정까지 진행된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정리해고의 부당성과 도피성 해외 출국 등을 지적하면서 한 목소리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크레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나 '희망버스' 등에 관한 시각은 크게 엇갈렸다.
부도덕 경영과 정리해고 비판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2009년까지 한진중공업이 흑자를 기록한 점을 거론한 뒤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가 2010년 단 한번 순손실 517억원이 났다고 정리해고를 하는 게 정당한가"라고 따졌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올해 1월 회사가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내놓은 투자설명서를 보면 한진중공업은 재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를 바탕으로 의원들이 정리해고 사태 해법을 모색했지만 조 회장은 정리해고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고 '3년 내 경영 정상화 후 복직'을 되풀이했다. 청문회 막바지에 장제원 홍영표 의원은 "400명 정리해고자 중 마지막 남은 94명을 복직시키라"고 조 회장을 압박했다. 장 의원은 "객관적으로 봐도 더 강경한 쪽은 사측"이라며 "조 회장이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해외 도피 의혹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조 회장이 국회를 무시하고 해외로 도피했는데 신문을 보니 해외에서 들어온 게 아니라 국내에 있었더라"며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도 "기업인들이 윤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고 거들었다.
김진숙∙희망버스 공방
김진숙 지도위원의 지위 문제도 논란이 됐다.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은 "김씨가 1986년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에 피인수) 시절 해고돼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조합비를 내고 있는 한진중 노조 조합원"이라고 말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여서 김씨의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근로자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불법 농성자가 생명을 건, 시대의 양심으로 표현되는 데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범관 의원은 "희망버스가 일부 정치인이 활용하는 정치버스화하고 있다"고 야당 의원들을 겨냥했다. 이에 홍영표 의원은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 손을 잡아주는 게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조 회장은 대체로 차분한 태도로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구체적 답변이 필요한 부분에서 이 사장에게 대신 답변하도록 하려다가 의원들로부터 면박을 당했다. 조 회장은 청문회 도중 '청문위원들의 공격적 질의에 대비한 답변 키워드' 문건을 참조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건에는 답변 속도와 화법을 '지루할 정도로 느리고 다소 어눌하게 할 것' 등이 적혀 있었다. 정동영 의원은 "컨닝페이퍼를 써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호통쳤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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