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대로에서 '백화점 대전'이 점화됐다.
오랫동안 대구백화점 등 향토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장악해 온 대구상권에 현대백화점이 '60개 명품 브랜드'와 함께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세계도 2014년에 출점방침을 확정한 상태여서, 대구상권을 둘러싼 대형백화점들의 양보없는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현대백화점은 18일 대구 중구 계산동에 대구점을 열고 영업을 들어갔다. 대구점은 전체면적 약11만9,000㎡에 영업면적 약 5만6,000㎡로 대구ㆍ경북지역 모든 백화점을 통틀어 최대 규모다. 대구 유일의 지하철 환승역으로 교통의 교지인 반월당역에 세워졌으며 달구벌대로 바로 옆이다. 지하 6층, 지상 10층 건물에 영화관(CGV)과 600석 규모의 공연홀까지 설치해 쇼핑과 문화 활동ㆍ외식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 쇼핑몰을 지향한다.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의 접근성이 좋고 쇼핑과 문화활동을 결합한 매장 구성 덕분에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매출액 2,00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은 "대구점은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과 현대백화점만의 고품격 서비스를 바탕으로 대구ㆍ경북지역 쇼핑문화의 새로운 메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 사장은 그러나 지역정서를 감안한 듯 "이제 시작했으니 규모가 크다고 해서 롯데백화점이나 대구백화점을 이길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기려 하지 않고 천천히 가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롯데백화점도 이날 대구점과 상인점에 "현대백화점 오픈을 축하합니다. 새로운 쇼핑문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걸었다.
하지만 유화적인 제스처와 달리 앞으로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한 전쟁을 벌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백화점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해외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한 1~2층의 '명품 존'이다. 샤넬과 까르티에, 티파니, 구찌, 펜드, 토즈, 버버리 등 유명 브랜드 60곳을 유치했고, 대구 최초로 에르메스가 11월에 오픈한다. 루이비통까지 내년 상반기 입점 예정이어서 대구의 고소득층을 상당수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지하 1~2층에는 유니클로 코데즈컴바인 등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브랜드가 대거 입점한 '유플렉스'(U-PLEX)가 있다.
반면 롯데의 경우 2003년부터 대구에 백화점 2개와 영플라자 대구점, 롯데쇼핑프라자, 롯데몰 이시아폴리스점 등 롯데쇼핑 산하 대형 매장 5곳을 내고 상권을 선점했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지역 주민과의 관계, 성향 파악 등이 장점이지만 현대백화점 오픈에 매우 긴장한 상태다.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은 전날 현대백화점 대구점을 방문해 1시간가량 매장을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여기에 신세계백화점도 2014년에는 대구에 문을 열 계획이어서 '달구벌 백화점 대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선 '빅3' 백화점 공세에 대구백화점 등 향토 백화점들이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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