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법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양승태(63) 전 대법관은 원칙론에 입각한 판결 성향과 풍부한 사법행정 경험 덕에 오래 전부터 ‘대법원장 1순위’로 거론돼 왔다.
36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다 올해 2월 대법관에서 퇴임하기까지 주요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및 차장 등 법원행정처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외환위기 직후 첫 서울지법 파산수석부장으로서 도산기업의 법정관리사건 처리를 도맡았고, 2003년 2월 법원행정처 차장 취임 후에는 형사소송제도와 법관인사제도 등 각종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2009년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별다른 잡음 없이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법관 재직 시절에는 대부분 다수 의견에 동조하거나 보수적인 판결 성향을 보였다. 이른바 ‘남북공동실천연대’ 사건에서 “남북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으나,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에 어떠한 실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반국가단체성을 종전의 대법원 판결과 달리 볼 수 없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2009년 ‘삼성특검’ 사건과 관련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에 대해 무죄 의견을 냈다. 2009년 대법관 시절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 등에게 중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서울지법 북부지원장 재직 시절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2008년 집회 신고 내용과 달리 가두 행진을 한 데 대해 “신고 범위에서 현저히 일탈한 경우가 아니면 집시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몇몇 사안에 대해선 개혁 성향도 보였다. 올해 1월에는 금괴수출 업체들이 금괴 변칙 유통을 하면서도 적법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사건에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며 철퇴를 가하기도 했다.
대법관 퇴임 후에는 이례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히말라야와 로키 산맥 트레킹을 떠났다가 최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대법원장 고사설’과 ‘전관예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자기관리’ 등의 상반된 해석을 낳기도 했다. 양 후보자는 실제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초기 대법원장직을 고사하면서 인사검증 동의서도 내지 않았으나, 나중에 제출했다고 한다. 올해 4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30억1,278만원의 재산을 공개해 현직 대법관 중 4위를 기록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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