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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회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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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회 청문회

입력
2011.08.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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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의 오랜 제도인 청문회는 영어로 hearings다. 듣는다는 의미인데, 의회만이 아니라 행정기관이나 법원에서도 운영된다. 행정기관의 경우 어떤 처분을 내릴 때 민원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나 증거를 제출 받는 제도를 말한다.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 주민 참여를 통해 민주성을 높이기 위한 행정절차로 미국에서 체계화됐다. 의회의 청문회(congressional hearings)는 중요한 사안을 심의하고 조사할 때 증인, 참고인 등을 불러 심문하는 제도다. 입법청문회, 감시청문회, 조사청문회, 인사청문회 등이 있다.

■ hearings를 우리 말로 번역하면 청문회가 된다. 한국 국회가 1988년 도입했을 때 정식으로 청문회, 한자어로 '聽聞會'(들을 청ㆍ들을 문ㆍ모일 회)로 명명했다. '聽'은 귀 이(耳)와 덕(㥁)자로 이루어져 있다. 귀를 기울여 잘 들어 덕을 세우라는 것이다. '聞' 역시 귀 이(耳)와 문(門)자로 이루어져 소리가 귀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모여서 충분히 듣고 좋은 대안을 만들라는 취지다. 이처럼 듣는다는 청문회가 요즘은 주로 추궁하고 질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마치 증인을 주눅들게 하는 '凊問'(서늘할 청ㆍ물을 문)처럼 보인다.

■ 18일 열린 한진중공업 청문회도 해법 마련보다는 조남호 회장의 무책임함을 성토, 해고근로자들의 분노를 풀어주는 한풀이 마당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물론 이런 압박이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며 무분별한 정리해고 풍토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청문회 후 사측에서는 "청문회가 조 회장을 공개적으로 망신주기 위한 행사냐"는 볼멘 소리가 나왔고, 노측에서는 "조 회장이 무슨 복안이라도 내놓을 줄 알았는데 너무 무책임했다"고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봐서 어느 쪽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 청문회가 처음부터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었다. 1988년 11월 5공비리 청문회,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 등은 진실을 다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나름 성과를 거두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백담사로 갔으며 검찰 수사에서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 10여명과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47명이 구속됐다. 그 이후 청문회가 갈수록 한계를 보인 것은 증인 출석 거부, 위증 등이 처벌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청문회 위상을 높이려면 여야가 싸우지만 말고 국회법, 국회 증언감정법 등을 개정, 증언거부나 위증을 검찰이 의무적으로 기소, 처벌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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