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래서라도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만 '사람 대접받을 수 있는'병폐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비슷한 조치가 더욱 확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그제 밝힌 '고졸 채용목표제'는 기업은행의 고졸 행원 채용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반영한 것으로, 고용현장에 만연한 학력 맹신을 깨는 분수령이 되길 바란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밝힌 시행 계획은 하반기부터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청 기능직 신규 채용 인력 중 50% 이상을 특성화고 출신으로 선발하는 기능인재 추천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립대 등에서도 기능직의 절반 이상을 특성화고 졸업생들로 뽑고,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 병원 등에서도 고졸자를 10% 이상 선발하는 채용목표제를 도입키로 했다. 교과부는 이번 조치로 19개 교과부 유관기관의 신규 채용 예정 인력 2,187명 중 고졸 채용 규모가 18% 선인 388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사회의 학력 인플레이션은 맹목적 학벌 추구로 인해 대졸자 과잉 현상을 빚고, 그 대졸자들이 고용시장에 쏟아져 나와 채용과정을 왜곡하는 악순환을 빚어왔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지난해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 79%이며, 주요 선진국 대학진학률의 두 배에 이른다. 대학진학률이 OECD 평균인 56% 수준으로 낮아지면 가계의 연간 교육비 부담도 1조원 정도 낮아지는 걸로 분석됐다. 하지만 막대한 부담을 무릅쓰고 너도 나도 대졸자가 되다 보니 9급 공무원은 물론, 구청 환경미화원 채용에까지 대졸자가 몰리게 된 것이다.
대학 간판은 더 이상 인간품질보증서가 아니다. 굳이 대학 수학경력이 필요 없는 직업에까지 대졸자가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병폐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적정 직종과 직군에 목표를 정해 고졸자 채용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산업계도 보조를 함께 하길 바란다. 고졸자 고용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부당한 학력 임금차별도 점진적으로 해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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