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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개인전/ 일상 사물에 배인 내면의 기억을 건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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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개인전/ 일상 사물에 배인 내면의 기억을 건드리다

입력
2011.08.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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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팬티스타킹만 신은 여성들이 천을 빨랫줄에 매단다. 도넛 모양의 색종이들도 주렁주렁 달렸다. 잔디 위에 먹다 버린 김밥이 나뒹굴고, 다리미와 스탠드가 나와 널브러졌다. 어느 하나 강렬하게 눈길을 잡아 끌진 않지만 아무렇게나 놓여진 사물들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젊은 여성작가 이진주(31)의 그림은 사소하고 하찮은 물건에 숨은 의미를 궁금하게 만든다. 도대체 왜 이걸 그려 넣었을까.

작가는 "잊혀지지 않은 기억들을 주로 그렸다"고 답한다. 각 사물들은 작가의 지워지지 않은 내면의 기억들과 연결됐다. 가령 검은 팬티스타킹은 어렸을 적 몹시 추웠던 어느 날의 경험으로 작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얇지만 놀랍도록 따뜻했단다. 나뒹구는 김밥이나 썰다 만 김치는 임신한 작가에게 역겨운 음식으로 각인됐다. 그림 속 풍경들도 작가의 옛 동네 모습에서 따왔다.

작가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16번지에서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기억을 소재로 다룬 신작 2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기억의 조각이 짜깁기된 세계는 다소 음습하다. 작가는 기억 중에서도 지우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이나 기억을 다뤘다. 그는 최근 친구가 길에서 퍽치기를 당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불현듯 네 살 때 개구리를 잡으러 갔다가 납치당한 기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잊혀지지 않는 강박적 기억에 관해 궁금했고, 도대체 왜 사라지지 않을까에 관해 고민을 했다"며 "그 기억과 감정을 그림으로 재조합 하다 보니 일종의 위안도 받게 됐다"고 했다.

누구나 한번쯤 겪고 느꼈을 법한 감정들이 일상의 인물과 배경에서 하나씩 들춰진다. 전시는 9월 11일까지. (02)2287-3516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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