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녹차 등에 들어 있는 카페인 성분이 피부암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저지주 러트거스대 암연구소 연구진은 "카페인이 암세포로 변할 수 있는 손상된 세포를 없애 피부암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카페인이 특정 단백질(ATR)을 억제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실험을 진행했다. 카페인을 직접 주입하는 대신 ATR이 작용하지 않게 한 유전자변형 쥐를 자외선에 19주간 노출했다. 이 쥐는 ATR이 기능하는 쥐보다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69% 낮았다.
ATR은 손상된 세포의 분화를 돕는 단백질로, 유전물질(DNA) 등에 이상이 있는 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분열해 암세포가 되도록 한다. 연구진은 "카페인이 든 커피를 하루에 한 잔씩 마시면 ATR을 억제해 피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단백질을 억제하더라도 피부암 중 하나인 흑색종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흑색종은 피부에 난 검은 점처럼 보이는 암덩어리다. 이민걸 연세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흑생종은 피부암 중에서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암"이라며 "같은 피부암이라도 종류에 따라 관여하는 물질이 다르기 때문에 효력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항암효과를 의식해 카페인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된다. 카페인 중독은 불안과 불면증을 일으키고 임산부의 경우 초기 유산을 할 수 있다. 보통 300㎎이 넘는 카페인을 매일 먹으면 카페인 중독에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종이컵 커피 한 잔에 포함된 카페인의 양은 80~120㎎이다.
이 교수는 "피부암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예방효과가 있어야 피부암을 막는데 좋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흑색종을 제외한 국내 피부암 환자 수는 2000년 975명에서 2008년 2,727명으로 약 3배 늘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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