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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MK의 밥상머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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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MK의 밥상머리 교육

입력
2011.08.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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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계 인사를 만날 때마다 늘 빠지지 않고 화제에 오르는 인물이 있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다. 현대ㆍ기아차가 세계 자동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쾌속 질주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빅5에 오른 데 이어, 올들어 세계 3위인 도요타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빅3를 넘보고 있다.

대체 비결이 뭘까. 2000년 현대그룹에서 분가해 나올 때만 해도 보잘 것 없던 브랜드를 10년 만에 글로벌 명차 반열에 올려 놓은 MK(정 회장의 영문 애칭) 리더십의 실체는 무엇일까. 더욱이 그는 상대가 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눌변에다, 종잡을 수 없는 럭비공식 인사로 곧잘 희화화(戱畵化)되곤 하니 궁금증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의 진면목은 이와 전혀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의 놀라운 성과가 도요타 리콜 사태와 일본 대지진으로 거둔 반사이익일 수도 있지만, 그의 숨겨진 탁월한 리더십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철저한 품질경영, 제조업의 본질을 꿰뚫어본 현장 제일주의 원칙, 임직원의 충성심을 이끌어 내는 특유의 용인술, 어떤 목표가 주어져도 노(NO)라고 말하지 않는 저돌적인 조직문화 등이 현대ㆍ기아차 성공 신화의 동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과연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생각하지 않고, 현대가의 장자 격인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8남 1녀의 자녀들 가운데 정 회장 만큼 선친을 빼 닮은 이도 없다. 듬직한 외모도 그렇고, 두둑한 배포와 불도저 같은 추진력,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도 그렇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가 반세기 넘게 계속된 선친의 밥상머리 교육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이다. 자식에게 가혹하리만큼 엄격했던, 그러나 너무나 바빴던 정 명예회장은 평생 아침밥을 함께 먹는 것으로 자식 교육을 대신했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의 꿈과 비전, 한숨과 고뇌가 때론 표정과 몸짓으로, 때론 헛기침과 불호령으로 자식에게 자연스레 전달됐음은 불문가지다. 한마디로 서책에서 배울 수 없는 생생한 지식과 체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 일본 지식경영의 대가인 노나카 이쿠지로의 표현처럼 이른바 '암묵지(暗默知)'들이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승계된 통로가 바로 밥상머리였다.

노나카에 따르면 혁신의 기초가 되는 암묵지는 개념화되고 언어로 표현된 이론적 지식인 '형식지(形式知)'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직접 경험이나 오감의 체험 그리고 직관 등을 통해 축적되는 것이며, 훌륭한 본보기나 도제식 교육을 통해 잘 전달되는 지식을 말한다. 정 회장 스스로도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면 억척스럽게 끝장을 보고 마는 아버지의 기분 좋은 모습을 매일 아침 밥상에서 대하면서 남다른 느낌을 받곤 했다"고 회고한다. 어쩌면 그를 키운 8할은 환갑이 다 될 때까지 매일 아침 밥상머리에서 쏟아진, 선친이 평생에 걸쳐 축적한 암묵지의 세례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 회장 자신도 요즘 선친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이웃에 사는 외아들(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불러 식사를 같이 하곤 한다. 부엌이 주방으로, 밥상이 식탁으로 바뀌는 세월의 변화가 있었던 만큼 교육방법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밥상이든 식탁이든 현대ㆍ기아차 미래의 크기는 정 회장이 온몸으로 쌓아 올려 자식에게 전하는 암묵지의 크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박진용 산업부 차장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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