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주 독자층으로 거느린 소규모 독립 잡지 <헤드에이크> 는 최근 큰 고민을 덜었다. 소액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예술 창작자 등을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통해 매호 250만원에 달하는 잡지 인쇄비를 해결한 것이다. 종전에는 제안서를 작성해 일일이 광고주를 찾아가 설명하고 광고를 얻는 식으로 인쇄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잡지는 6월에 발간된 4호의 인쇄비 중 100만원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했다. 20대의 다양한 고민과 의견을 담는 잡지라는 점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알리자 20여일 만에 목표액이 모였다. 헤드에이크>
이 잡지 에디터 김가영(25)씨는 "광고 수급에 쏟는 시간을 아끼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늘 안타까웠다"며 "독립 잡지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실질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소중하고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소액 기부금을 모아 예술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크라우드 펀딩이 독립 예술가와 사회 활동가들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 '소셜 펀딩'으로 알려진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이 없는 독립 예술가나 사회 활동가 등이 자신의 예술 프로젝트, 사회 공익 프로젝트 등을 웹페이지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리면 네티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프로젝트 실현을 돕는 것이다. 목표액과 모금 기간이 정해져 있고, 기간 내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후원금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창작자는 물론 후원자들도 적극 나서 프로젝트 홍보를 돕는다. 덕분에 후원자는 단순히 예술 소비자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서포터 역할까지 하게 된다.
후원에 대한 보상은 현금이 아닌 프로젝트 결과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밴드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CD와 공연 티켓 등을 지급하는 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텀블벅'(www.tumblbug.com) 등 5, 6개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업체가 운영 중이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영화제 예산 중 일부인 200만원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모금했다. 1만원부터 20만원까지 다양한 금액의 후원을 받으며 모금 시작 2주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정동진독립영화제의 박광수(38) 프로그래머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기존 독립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화제가 알려지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성균과대 동아리 SEN은 최근 인터넷 라디오 팟캐스트에서 사회적 기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레알 굿'을 만들면서 홍보비 30만원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했고, 사회적 기업 '용감한 컵케이크'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어린이병원에 보낼 컵케이크 제작 비용 100만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텀블벅의 소원영(26)씨는 "국내 독립 아티스트들이 지나치게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느라 오히려 관람객과의 소통은 뒷전인 경우를 많이 봤다"며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창작자가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후원자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상호간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결 과제도 산적해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관한 법률이 없고 업체들이 약관에 정해 놓은 환불 규정도 제각각이어서 수익 보상을 둘러싸고 창작자와 후원자 간 갈등이 불거질 경우 환불 문제를 놓고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일부 대부업체들이 소셜 펀딩이라는 이름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부업체들은 대부업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문화ㆍ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현금이나 상품권 등으로 보상하는 사실상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순수한 의도의 크라우드 펀딩까지 대부업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실정이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 '디스이즈트루스토리'(www.thisistruestory.co.kr)의 임현나(31)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에 맞는 법률이 없어 현재 통신판매업체로 등록해 관련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크라우드 펀딩에 맞는 법률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통신판매업체로 등록해 관련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크라우드 펀딩에 맞는 법률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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