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와 정부가 교육의 질 관리를 확대하고 있다. 6월 28일 2년 동안이나 미뤄왔던 학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곧 그 시행령을 공포할 모양이다. 사교육까지 교육의 질 관리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학원법 개정의 주요 내용을 보면 학원의 교습비와 강사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시행령에는 교습비와 영업시간을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학원관계자의 입장에서 보면 불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자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찬성할 수밖에 없다. 특히 많은 국민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학교 못지않게 학원을 널리 이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원은 여러 가지 위험 요소들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있었고, 학원 스스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 관리는 기본적으로 시설과 사람 그리고 성과에 대한 관리이다. 학원의 시설과 성과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에서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학원의 설립자나 강사가 어떤 사람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에서 인증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유명 SAT 학원장이 미국의 1급 살인미수 수배자였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고졸 학력을 속이고 UCLA대졸이라고 홍보하면서 무자격 영어강사를 고용해 2002년부터 약 10년 동안 강남에서 버젓이 영어강의를 해왔다. 이는 학원 강사, 특히 외국인 강사에 대한 질 관리의 필요성을 잘 일깨워준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강사들의 마약 및 성 범죄 관련 보도를 종종 접할 때에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재해, 범죄, 외세 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법질서를 지키는 일이다. 근래엔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생활 영역에 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공공부조는 물론이고, 실업 질병 산업재해 노령 등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사회보장을 넘어, 교육 보건 보육 주택 문화 등 일상생활 향상을 위한 사회서비스에 이르기 까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질 관리의 책임'은 학원연합회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국가가 직접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를 학원법 개정안에서 외국인 강사에 대해선 연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에 대해 특히 주목하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원에서 외국어 강사로 취업하는 순수한 외국인은 E-2비자를 받아야 한다. E-2 비자를 받기 위해선 범죄기록부, 건강확인증, 영사인터뷰 등의 심층 검증을 통과하고, 입국 후에도 혈액검사를 통해 마약투여 여부를 확인하는 등 검증 절차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 학원에 근무하고 있는 약 2만5,000여명의 외국인 강사 중 절반이 조금 넘는 1만5,000여명만이 E-2비자를 받았다. 나머지 1만명 정도는 불법강사인 셈이다. 외국인 강사에 대한 연수가 의무화 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 외국인 강사에 대한 연수 등 질 관리 업무를 누가하도록 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시도교육청과 학원연합회가 강사연수를 담당했었는데, 부작용과 비리가 각각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미래세대의 안전 문제를 시도교육청이나 민간에 맡기는 것은 원칙에도 어긋나고 실제로도 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엄정하게 질 관리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용구 공주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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