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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 대행 "선수들 패닉 상태… 첫 미팅서 즐기는 야구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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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 대행 "선수들 패닉 상태… 첫 미팅서 즐기는 야구 주문"

입력
2011.08.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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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SK 2군 감독은 1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2군 경기 도중 신영철 SK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성근 감독이 중도 퇴진을 하게 돼 대행을 맡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신임 이 대행은 대전에서 택시를 타고 오후 4시 인천 문학구장에 도착해 선수단과 미팅을 갖고 팀 수습에 나섰다.

이 대행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대전경기를 마치고 급하게 올라왔다. 김성근 감독님이 많은 업적을 남기셨기 때문에 그 뒤를 이어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고 불안하다.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선수들의 마음을 안정시킨 뒤 팀을 잘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김 감독이 구단과의 재계약 문제로 중도하차하면서 갑작스럽게 팀을 이끌게 됐다.

이 대행은 현역 시절 3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할 정도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도자 경험은 많지 않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불펜 코치를 맡으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일조했지만 본격적으로 지도자 수업을 쌓은 것은 2007년 SK 수석코치로 부임한 뒤다. 이 대행으로선 이번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고, 대행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대행이 잔여경기에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SK 구단은 그에게 내년 지휘봉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할 경우 SK 구단은 새로운 대안을 찾을 공산이 크다. SK가 검증 과정을 거친 김경문 전 두산 감독, 선동열 전 삼성 감독 등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대행으로선 이번이 지도자로서 롱런할 수 있는 시험대에 선 셈이다. 다음은 이 대행과의 일문일답.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을 맡게 됐는데.

“가장 급한 것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분간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선수들을 잘 이끌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독대행으로서 어떤 팀을 만들고 싶나.

“SK를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만들고 싶다.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처럼 최고의 명문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프로야구는 이기는 것이 첫째 목표다. SK가 프로야구의 중심에 서서 10,00만, 2,000만 관중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겠다.”

-전화 받았을 때 심정은.

“굉장히 당황했다. 하지만 저도 지도자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감독을 해야겠다는 마음과 준비는 했다. 김성근 감독님의 많은 업적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에게 훈련보다 휴식을 지시했다.

“휴식을 준 것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베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감독님이 갑작스럽게 사표를 내면서 선수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럴 경우 연습하면 큰 효과가 없다. 이럴 때는 쉬고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른 시간 안에 선수단을 추슬러 이전 SK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어떤 스타일의 야구를 추구할 것인가.

“감독 대행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수단 운영 방식을 갑작스럽게 바꾸면 혼란이 올 수 있다. 김성근 감독님의 좋은 점은 유지하겠다. 기회가 된다면 시즌을 마친 뒤 내가 원하고 꿈꾸는 야구를 하고 싶다.”

-어떤 야구를 하고 싶나.

“오늘 미팅 때도 선수들에게 즐겁게 야구를 하라고 주문했다. 야구는 게임을 즐기고, 승리를 즐기고, 안타를 즐기고, 삼진 잡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과는 통화를 했나.“

“최근에는 통화를 못했다. 분위기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구단과 올해 이후에 대한 보장을 받았는지.

“그런 것은 없다. 이번 시즌까지 팀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았을 뿐이다.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상황을 감당해야 할 때도 있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겠다. ”

이만수 SK 감독 대행, 데뷔전에서 영패 쓴잔

이만수 대행은 그러나 이날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한 데뷔전에서 0-2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경기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김 감독의 해임에 반대하는 한 남성이 1회부터 그라운드로 난입해 경기가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경기 내내 김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물병과 공이 그라운드로 끝없이 투척됐고, 0-2로 뒤진 9회 마지막 공격 때는 한 남성팬이 다시 난입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행은 "오늘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한 경기였다.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다. 다음 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인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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