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진보진영 인사들이 야권 대통합에 직접 참여하겠다면서 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가칭)을 발족시켰다. 친노그룹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 기구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모체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시민사회 및 종교계 원로 등으로 구성된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참석에 이어 22일 만에 또다시 국회를 찾아 시선을 모았다.
진보진영의 각계 인사 300여명이 참여한 야권통합 추진기구 '혁신과 통합'은 17일 국회에서 제안자모임을 갖고 "진보적, 개혁적 정치세력들은 당파적 이익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통합적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 외에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두관 경남지사, 이창복 민주통합시민행동 상임대표,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 김기식 내가꿈꾸는나라 대표 등이 제안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제안문에서 "민주당은 기득권을 버리고 자기 혁신에 적극 나서고, 진보정당들도 변화와 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며 정당 간 통합을 압박하고 나섰다. 문 이사장은 진보정당들이 통합에 소극적인 점을 지적하며 "진보정당들은 통합이 되면 정체성을 잃고 흡수 소멸될 것을 우려하지만 연합정당의 통합 방식을 통해 각 정당들이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며 "진보정당 간의 소통합이 매듭지어지면 대통합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모임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정당들이 통합 수권정당을 만들어 민주진보정부를 수립하겠다는 목표가 반드시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내달 초 전국 규모의 통합 추진기구 공식 출범을 목표로 전국을 돌며 토크쇼와 공연 등을 펼칠 계획이다. 진보진영 원로들이 지난달 발족한 '원탁회의'가 통합을 위한 회의체라면 '혁신과 통합'은 통합운동을 실천하는 대중조직 성격을 지닌다.
이들은 야권통합을 위한 촉매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정치세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친노세력이 중심이 된데다 전국 조직을 건설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합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세력을 불리고 통합정당에서 주도권을 잡은 뒤 총선과 대선을 치르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모임이 문 이사장 지지세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이해찬 전 총리는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 이사장이 통합을 요구하면 각 당들이 압박을 받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통합 자체가 우리의 목적이지 주도권을 쥐는 게 목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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