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17일 개최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공청회'는 대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는 여야 의원들의 성토와 질타가 이어지면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비롯해 진술인 자격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경제단체장들은'먹통'소리까지 들으며 난타를 당했다.
공청회는 허 회장에 대한 날 선 질문으로 시작됐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이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 "한진중공업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수탁기업체협의회가 있느냐"고 묻자 허 회장은 질문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김 의원은 "협의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통로인데 이것도 모르면 되겠습니까"라고 목청을 높였고 이에 허 회장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곧이어 김 의원은"(허 회장의) GS그룹에서는 수탁기업체협의회가 설립된 계열사가 몇 곳이 있느냐"고 질의했고, 허 회장이 대답을 못하자"먹통이시구먼요"라면서 몰아붙이기도 했다.
의원들은 본격적인 질의에서도 '야수''정글' '탐욕''멸망'등 원색적인 표현을 쓰면서 대기업의 횡포를 성토했다.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대기업이) 코앞의 이익 때문에 자본주의 가치를 몰각하면 (자본주의) 근본 구조가 다 망한다"며 "그렇게 되면 동반성장이 아니라 동반멸망의 길로 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 집단과 재벌에 대해 부도덕하고, 탐욕자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파산에 이를 정도로 배상하는 기업이 나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최근 미국의 재정 건전성 개선을 위해 부자 증세를 주장한 부호 워런 버핏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 회장은 "미국 상황이 안 좋아서 그런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또 대기업이 과도하게 중소기업 업종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중소기업 사업을 대기업이 해선 안 된다는 여론도 있고, 우리가 자중자애하자는 얘기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허 회장은 "앞으로 기업들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본다"며 시종일관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하다 보면 잘 하는 것은 잘 안 보이고, 잘못된 것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일부 회사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어느 한쪽이 잘된다고 잘되는 것이 아니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원하는데 대기업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대∙중소기업 간 다양한 형태의 협력관계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것은 보호육성이 아니다"며 "불합리한 제도 개선, 불공정 거래 개선 등이 필요한데, 중소기업의 힘만으로 안 되니 정부나 국회가 어느 정도 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도 참석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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