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 노조위원장이 1년 이상 경기도 의회 의원을 겸직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룹의 묵인이 없으면 겸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남식 SK케미칼 노조위원장은 한나라당의 경기도 의회 의원을 겸하고 있다. 그는 SK케미칼 수원공장에서 35년 간 근무했으며, 지난해 6월에 비례 대표로 경기도 의회 의원에 당선된 뒤 한나라당 대표단에 선출되기도 했다.
도 의회 의원 겸직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연간 120일에 이르는 회의일수와 각종 의정 세미나 등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겸직이 어렵다. 그래서 의원에 당선된 교수들은 휴직을 한다. 박순영 행정안전부 지방의회팀장은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사기업 사원의 도 의회 의원 겸직을 법으로 막고 있지 않지만, 낮에 열리는 회의나 회기 일수 등을 감안하면 회사에서 맡고 있는 일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워 겸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박 위원장의 경우가 이례적일 수 밖에 없다.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사측에서 배려할 수 밖에 없는 위치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12일 열린 노조간부 수련회에서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노사평화선언을 하며 42년 동안 노사 무분규 기록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2009년 최태원 SK 회장과 함께 노사를 대표해 사회 공헌활동을 하기도 했다. 기업 관계자는 "42년 간 무분규 기록, 지난해 12월 수원 공장 폐쇄 때 노조가 잡음이 없도록 협조한 점 등을 회사가 감안해 겸직을 묵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이하게도 박 위원장의 사무실은 작업 현장인 울산 공장이 아니라 판교의 SK케미칼 본사에 있다. 수원 공장이 문닫으면서 회사가 본사 한 켠에 사무실을 마련해 준 것. 기업 관계자는 "회사 측이 내년 말이 정년인 박 위원장을 배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가 이처럼 극진히 배려하는 배경에는 박 위원장이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친분이 있는 점도 회사가 겸직을 묵인하는 요인이 됐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은 김 지사가 지자체장 선거에 나섰을 때 "김 후보가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역임했고, 근로자 및 노동단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며 공개 지지를 선언했었다. 기업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김 지사와 친분이 있어 회사가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점 때문에 회사의 모 부회장이 박 위원장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그룹은 "박 위원장의 겸직 사실을 알고 있으나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룹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노조 상급단체인 한노총 경기지부장을 맡고있다 보니 사측에서 배려를 해줄 수는 있다"며 "그러나 정치적 이득을 기대해 특별 대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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