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권혁 회장 돈 우리은행이 내라"

국세청이 4,000억원대의 역외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을 겨냥, 우리은행 본점을 상대로 350억원의 예금반환청구소송을 지난달 국내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이 역외탈세 문제와 관련해 시중은행을 상대로 제소한 것은 처음이다.

17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5월 우리은행 홍콩지점의 시도상선 자회사(CCCS) 계좌를 압류하려 했지만 홍콩 법원이 '압류 중지' 결정으로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권 회장이 계좌에 있던 350억원을 전액 인출(한국일보 7월7일 1면)하자 국세청이 곧바로 "우리은행 본점이 대신 납부하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낸 것.

국세청은 "우리은행 본점을 통해 홍콩 지점의 계좌를 압류한 만큼 압류 해지 조치로 권 회장이 찾아간 돈은 본점이 대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리은행은 "해외지점이 외국 법원의 결정에 따라 압류를 해지했는데, 본점에 돈을 내라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선 우리나라 과세권이 외국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국세청이 승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