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발표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15기가 대거 고검장으로 발탁되면서 승진에서 탈락한 14기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14기 2명과 15기 4명이 고검장으로 승진해, 이미 고검장에 오른 14기 3명을 포함하면 14기 5명과 15기 4명으로 고검장 진용이 짜였다. 연수원 기수에 따른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검찰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후배에 밀린 선배들의 입지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대검 형사부장과 강력부장에 임명된 곽상욱(52ㆍ14기) 부산지검장과 김영한(54ㆍ14기) 수원지검장은 연수원 동기로 대검 차장에 배치된 채동욱(52ㆍ14기) 대전고검장의 지휘를 받는 다소 어색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후배들이 4명이나 승진한 상황에서 후배들이 맡았던 자리로 전보된 것도 이들에겐 부담이다. 2007년 조승식ㆍ강충식 전 검사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각각 대검 형사부장과 강력부장으로 근무했던 적이 있지만 대검 차장이 연수원 선배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용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보다 더 '물 먹은' 케이스로는 이재원(53ㆍ14기) 서울동부지검장이 꼽힌다. 유력한 고검장 승진 후보였지만 승진은 고사하고 신임 검사장들이 주로 거치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됐기 때문이다. 이 지검장은 대검 중수부장으로 영전하는 최재경(49ㆍ17기) 현 부원장보다 연수원 기수로 3년 선배다.
이 지검장의 승진 탈락에 대해서는 일단 지역 안배를 감안한 인사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호남 출신에 광주일고를 나온 이 지검장은 고교 동문인 소병철(53ㆍ15기) 대전지검장에 밀려 호남 몫의 고검장 자리에 못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최고의 수사로 꼽히는 '함바 비리' 수사를 지휘한 점을 감안하면 연수원 부원장 전보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함바 수사는 깔끔하고 완벽했지만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 등 MB 측근들을 대거 잡아들여 당시 수사팀에 대한 청와대 내부여론이 매우 안 좋았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청와대 심기를 건드리는 수사를 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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