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산부인과 원장 B씨는 보험계약자들과 짜고 하지도 않은 수술에 대한 허위진단서를 무더기 발급했다. 보험사는 85회에 걸쳐 약 6억원을 계약자들에게 줘야 했고, B씨는 진료기록부를 위조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 4,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평범한 주부 등 연루된 인원은 50명에 이른다.
정부의 단속 강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보험사기가 좀체 줄지 않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은 3만529명(적발금액 1,8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5%(금액은 15.5%)나 늘었다.
금감원 등 관련 기관이 보험범죄전담합동대책반(2009.7), 화재보험사기 근절 및 보험금 누수방지 업무협약 체결(2010.12, 2011.1)에 이어 올해를 '보험범죄 추방 원년'으로 선포하는 등 온갖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보험사기는 기가 꺾일 줄 모른다.
금감원 박종각 보험조사분석팀장은 "2006년 보험연구원 조사에서 매년 누수 되는 보험금 규모가 2조2,000억원에 달했다는 걸 감안하면, 현재 적발되는 건 빙산의 일각"이라며 "갑자기 보험사기가 증가했다기보다 단속 강화로 인해 적발 건수가 더 늘어나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연말쯤 보험사기 적발건수가 아닌 전체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단순비교는 어렵더라도 사기 유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건 사실이다. 방화 같은 단순 고의사고나 사고발생 뒤 보험에 드는 사후가입 등 탄로날 확률이 높은 전통적인 수법은 줄어드는 반면, 피해를 부풀리거나 여러 명이 짜고 사고를 꾸며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는 증가추세다.
올해 상반기 상해 및 질병 피해를 과장하거나 병원 또는 정비업체와 짜고 허위과장 청구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 92.4%, 109.5% 급증했다. 실제 한 외제차동호회는 정비업체 등과 공모해 30여 차례나 가벼운 사고를 내고 수리비를 높게 청구하는 방식으로 6억원을 타냈다가 들통났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최근 보험사기는 과잉진료나 과잉수리비 청구 등 병원 또는 업체와 보험가입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게 대부분"이라며 "보험사기 범죄자를 '나일론 환자'라 부르는 안일하고 관대한 사회적 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험 고객들이 날로 똑똑해지는 것도 보험사기 증가의 배경이다. 이는 생계형보다 의료비가 주를 이루는 장기손해보험 관련 사기가 매년 큰 폭(2009년 150억원→2010년 315억원→2011년 442억원)으로 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상품의 허점을 연구해 악용하는 고객들은 가벼운 사고만 당해도 병원에 편하게 누워 쉽게 돈벌이를 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차량 보험사기단 등 외국인과 청소년이 낀 사례도 늘었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10, 20대는 지난해보다 19.6%(5,062명), 외국인은 74.5%(164명) 증가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일단 특별단속 지원, 지속적인 홍보 및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험범죄신고센터(1588-3311)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주문한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한시 운영되는 보험범죄전담대책반을 상설 컨트롤타워로 격상하고, 보험 종류에 따라 보험금이 달리 지급되는 것도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몇 차례 무산된 보험사기법 공론화를 통해 보험사기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처벌조항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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