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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산수유 익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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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산수유 익기를 기다리며

입력
2011.08.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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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순에 꽃을 단 채 마당으로 옮겨 심은 작은 산수유나무 가지마다 열매 산수유가 조랑조랑 달려 익어가고 있다. 그 사이 꽃이 지고 나뭇잎 아래로 푸른 열매가 맺히더니 지금은 건강하고 누름한 빛을 띠고 있다. 열매를 맺는 일에도 고마운 손이 많았다.

귀한 나무를 선물한 시인의 고마운 마음이 있었고, 옮겨 심는 날 땅에 거름을 준비해서 준 이웃의 따뜻한 손이 있었고, 하늘과 햇볕, 비와 바람이 있었다. 무엇보다 산수유나무를 사랑하는 그 사람의 부지런한 손이 있었다. 사람의 사랑이 나무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정성이 있었다. 사람은 아무리 작은 열매가 맺혀도 자기 나무일 때 유난히 애정이 많이 간다.

남의 열매엔 욕심을 내어서도 안 되지만 그 욕심이 내 열매에 대한 사랑보다는 크지 않다. 산수유는 가을이면 붉게 익어 겨울까지 달려 있다. 산수유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물었더니 겨울 추위가 오기 직전에 붉은 산수유가 떨어져, 산수유 열매 떨어지고 것을 보고 겨울이 왔다는 것을 안다고 한다.

그런 힘을 가진 열매이기에 산수유는 약재로 효능 또한 좋은 것인가 보다. 그래서 저 열매가 다 익으면 어떻게 할까 벌써부터 꿈을 꾸고 있다. 산수유는 자양강장, 현기증에 좋다고 한다. 올 여름 현훈에 힘들었는데 말끔히 치유될 것 같아 산수유나무 곁에 그 사람과 함께 서서 남가일몽을 꾸고 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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