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신자 장충동왕족발 대표는 몇 달 전만 해도 절망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이후 구제역 파동으로 상당수 돼지가 살 처분되면서 원료 값이 3배 이상 뛴데다, 채소 값도 천정부지 오른 것.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자체를 꺼려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충북 청원공장에서 16일 만난 신 대표는 "대부분 족발 회사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며 "우리도 한 때 매출이 40%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수입산 고기를 써야 한다"고 했지만, 신 대표는 "10년 넘게 이어온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며 국산 재료를 고집했다. 그런 신 대표에게 뜻 밖의 '손님'이 지난 5월 찾아왔다. GS25가 '식객'으로 잘 알려진 허영만 화백과 손을 잡고 '최고의 음식'을 선보이겠다며 자체브랜드(PB)상품을 내놓기로 하면서 '족발'과 '머릿고기' 생산을 맡긴 것. GS25관계자는 "허 화백 측이 장충동왕족발 제품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며 "위생 관리나 맛, 제품생산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고, 실제로 보니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식객 족발과 편육은 출시 1달 만에 매출 3억원을 기록하며 냉면 다음으로 많이 나가고 있다. 사실 신 대표는 지난해 구제역 이전부터 "기존 프랜차이즈 사업만으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편의점, 마트 등 새 판로를 뚫기 시작했다. 지난해 홈플러스, 세븐일레븐 등에, 올 초엔 훼미리마트에 자체 상표를 단 제품을 납품했다. 특히 다른 중소 족발회사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주문물량이 몰리고 있다. 신 사장은"음식 사업에서 당장 비용 줄이기 위한 눈속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나름의 고집이 시장에서 인정 받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원=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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