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SW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전 세계 시장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SW 업체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점에 주목한 발언이다.
17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과 회의를 갖고 "IT 파워가 삼성 같은 기기(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다"며 "인력도 확충하고 M&A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이 SW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업체들을 M&A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 내부에서는 아직 언급하기 이르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이) 화두를 던졌으니 극비리에 움직일 것"이라며 "미래전략실 주도로 특별전담팀을 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삼성이 국내 기업보다 외국 기업에 눈을 돌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자체 휴대폰 운용체제(OS)인 '바다'를 개발하면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모두 쓸어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포털 등 각 기업의 개발인력을 빼내간 뒤, 인력을 빼앗긴 포털이 다시 중소 소프트웨어업체에서 개발인력을 데려가면서 3,4차례의 인력 이동이 있었다"며 "사실상 삼성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파괴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확보한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은 어지간한 개발업체를 능가하는 수천 명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바다 외에 이렇다 할 성과물은 아직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나 구글이나 애플에 대항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시간을 단축하려면 M&A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마땅한 인수 기업이 없다면 삼성이 외부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의견이다. 즉, 해외 업체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도비 등 플랫폼 성격이 강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도비의 플래시 기능은 그 자체가 OS 못지 않은 강력한 기능"이라며 "구글과 MS를 제외하고 애플과 경쟁할 만한 상대로는 어도비를 꼽을 만큼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어도비의 플래시 기능을 이용하면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해 인터넷 화면상에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또 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어도비의 플래시 기능을 홈페이지 등에서 구현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어도비의 이런 기능들을 의식해 각종 발표회에서 여러 번 어도비를 견제하는 발언을 했다. 또 어도비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어도비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반면 HP의 팜OS나 림 OS 등에 대해서는 삼성 내부에서도 부정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에는 잘 나갔으나 지금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선뜻 인수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밖에 삼성은 M&A 외에 인력 강화를 위해 SW 개발을 전담하는 별도 직군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바다 등 현재 개발 중인 플랫폼의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다음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에서 바다폰과 독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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