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17일 개최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공청회'는 오랜만에 본 정치권의 생산적인 회의였다. 경제단체장의 출석 문제로 논란 끝에 열린 공청회에서는 의원들의 권위의식, 윽박지르기 등 구태가 여전했으나 동반성장이 필요한 처절한 현실을 확인시켰고 실현 가능한 대안들도 제시됐다. 특히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양극화와 일자리 부족이 사회갈등으로 표출된 영국의 폭동을 예로 들며 동반성장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대변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은 유례없는 이익을 내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그 성과를 나누지 못하고 있으며 영국에서 발생한 폭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고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의미 있는 경고였다. 그는 설비투자를 할 수 없을 정도의 납품단가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떡볶이 사업까지 진출하는 무분별한 영역 확장을 그 근거로 들었다.
회의에 참석한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은 그러나 납품단가 조정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으며 정부의 상생정책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고 말해 현장과는 동떨어진 인식을 다시 확인시켰다.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허창수 전경련회장 등 대기업 관련 단체장들 역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비가 미국과 일본의 두 배를 넘는다며 현실을 피하려 했고, 국민적인 동반성장 요구가 기업가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결국 말로는 동반성장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추진의지 면에서는 여전히 미온적인 대기업의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출발점은 대기업의 전적인 인식 전환과 의지, 정부의 제도적 강제화에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15개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57조원이나 되고 소프트웨어 산업과 물류산업을 독식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이나 총수 2,3세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 역시 적절했다. 공정거래법 등 현행법을 재점검하고 보완책을 법제화하는 등 구체적 행동이 이어져야 회의의 의미가 살 수 있다. 이에 적극 동참해야만 정치권도 말뿐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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