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가강의 대타협’은 이루어졌나. 16일(현지시간) 세간의 이목이 러시아 남쪽 볼가강에 쏠렸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예정에 없이 낚시를 하며 휴가를 함께 보낸 것.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쟁해온 두 사람이 이례적으로 친목을 도모했다고 보는 이들은 없다. 누가 대선에 나갈 것인지를 놓고 협상을 벌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두 사람의 합의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푸틴 총리는 전날 모스코바에서 벨라루스 총리와 회담을 마치고 약 2,000㎞ 떨어진 아스트라한으로 날아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흑해 변 소치 별장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이었다. 두 사람은 편한 옷차림으로 강둑을 산책하고 낚시를 했으며 보트를 타고 나가 잠수를 즐기며 수중촬영을 하기도 했다.
올 들어 두 사람의 신경전은 만만치 않았다. 서로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측근을 견제하며 내년 대선의 빅 매치를 예고했다. 대리비아 제재 등 외교사안을 놓고도 말이 엇갈리고 비판이 오갔다. 불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언론들은 평했다. 푸틴의 후계자, 대리인이었던 메드베데프가 순순히 물러서지 않고 연임 의욕을 강하게 드러내며 푸틴과 갈라서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살벌했던 한 때의 감정을 뒤로 한 이 날 휴가지에서 푸틴은 메드베데프를 밀어내고 대선출마를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다 대선에 나가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하면서 물밑협상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크렘린의 소식통을 인용, 푸틴 총리가 메드베데프에 대한 의심을 갖고 있어 대선에 출마할 결심을 굳히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메드베데프의 양보를 압박하며 내놓은 당근이 무엇일지 궁금증이 남아 있다.
2000~2008년 임기 두 번의 대통령을 역임한 푸틴은 3연임 금지에 따라 메드베데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실세 총리로 군림했다. 내년부터 러시아 대통령은 임기 6년의 중임제로 바뀌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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