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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게 한예슬만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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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게 한예슬만의 잘못인가

입력
2011.08.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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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예슬의 드라마 촬영거부 소동은'3일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어제 미국에서 돌아온 그는 시청자와 제작진에 사과했고, KBS2 TV 의 촬영에도 합류하기로 했다. 출연자의 촬영 거부에 의한 초유의 방송중단 사태는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방송의 고질적 병폐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한 개인의 무책임하고 경솔한 행동까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유가 어디에 있건 연기자, 그것도 주연배우가 드라마 방영 중에 촬영을 거부하고 잠적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이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야 하는 것 역시 연기자의 의무이다. 한예슬의 극단적 의사표현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방송사가 모든 잘못을 그에게 돌리는 것은 비겁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예슬의 하소연에 담긴 드라마 제작관행의 후진성과 제작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비슷한 일은 언제나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미리 모두 촬영을 해놓는'전작제(全作制)'가 여건상 도저히 어렵다면 최소 3분의 1만이라도 찍어놓은 다음에 방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 하루 이틀 전, 심지어는 방영 당일까지 촬영에 매달린다. 촬영현장에 쪽대본이 날아다니고, 1주일에 2회분 제작을 위한 밤샘 촬영이 예사다. 오죽하면 한예슬이 "제발 1주일에 5일만 촬영하자"고 말하겠는가. 예고편은 언감생심이며 처럼 연기자가 작은 사고라도 당하면 바로 결방이다. 깊이 있는 연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공허하다.

방송사는 사전제작이 불가능한 이유로 작가의 늑장 집필, 스타 연기자의 바쁜 스케줄과 횡포 등을 든다. 그러나 시청률의 노예가 돼 필요에 따라 드라마를 늘리고 줄이고 바꾸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기 작가, 배우에 끌려 다니는 폐단도 줄일 수 있다. 이를 외면한 채 남의 탓만 하는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이고 직무유기이다. 곧 선보일 종편까지 이런 구태를 본받을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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