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담뱃갑에 경고문구와 충격적인 그림을 의무화하는 미식품의약국(FDA)의 정책에 대해 미국과 영국의 4개 대형 담배회사들이 반기를 들어 담배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R.J.레이놀드의 미국법인(카멜, 도럴), 로릴러드(올드골드, 켄트), 리겟그룹(이브, 피라미드), 영국의 커먼웰스 브랜드(말리부, 내추럴블렌드)는 "담배업체들이 정부의 금연 옹호 운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미 수정헌법 1조인 언론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워싱턴 지방법원에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담배회사들을 대표하는 수정헌법 1조 전문가 플로이드 애브램스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합법적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대중들에게 제품을 구입하지 말도록 설득하는 문구나 그림을 그려 넣도록 하는 것은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FDA는 내년 9월22일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담배 제품에 흡연으로 숨진 시신과 검게 변한 폐, 썩은 치아 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다. 미 정부가 담배 포장을 변경하기로 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FDA 대변인은 계류 중인 소송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정책을 들어 논평을 거부했다. FDA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선 것은 성인의 경우 20.6%, 고등학생은 19.5%가 담배를 피우는 등 흡연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담배업체들은 "충격적 문구와 그림이 소비자들로부터 의기소침하게 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며 "담뱃갑 하나하나가 정부를 위한 미니 광고판으로 변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가 담뱃값에 선전문구와 이미지는 물론, 회사로고까지 금지하는 호주의 초강경 담배 규제책에 법적 대응을 표명하기도 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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