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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극 명성 되찾아준 '반짝반짝 빛나는' 김현주/ "정원이 같은 딸 키우고 싶다는 얘기 많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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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극 명성 되찾아준 '반짝반짝 빛나는' 김현주/ "정원이 같은 딸 키우고 싶다는 얘기 많이 들어요"

입력
2011.08.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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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파티 때 선생님들이 '정원아, 우리가 너 고생한 거 다 안다' 하시는데 울컥 하더라고요. 그동안 그런 감정이 든 적이 없었거든요. 이번 드라마는 좀 특별했어요."

지난 2월부터 시작했으니 장장 7개월이었다. 김현주(34)는 14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무한긍정 여주인공 한정원을 본연의 상큼 발랄함으로 제대로 살려내며 작품을 이끌었다. 한정원은 부잣집 딸로 살다가 한 순간에 인생이 뒤바뀌었지만 그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주변 인물들까지 바꿔나가는 인물. 김현주는 배유미 작가의 말대로 "딱 한정원"이었다.

7년간 KBS에 밀려 변변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MBC 주말극은 20% 중반의 시청률을 올린 '반짝반짝'으로 부활했다. 김현주 역시 몇 년의 공백과 부진을 말끔히 털며 존재감을 빛냈다. 17일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현주는 "부담이 컸는데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아 기분이 좋다"며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한정원은 드라마 제목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캐릭터였다. "간밤에 울어도 아침이면 잊어버리는 정말 밝은 아이죠. 투명하고 사랑스럽고. 우리 딸도 정원이처럼 키우고 싶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간 맡아온 역할이랑 비슷해서 고민이 많았다는 김현주는 "이제 나이를 어느 정도 먹으니 까불고 해도 깊이가 좀 다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원래는 걱정도 많고 좀 신중한 성격이라고 했다.

"목소리도 하이톤으로 좀 오버스럽게 해야 하고 말도 힘을 줘서 듣기 싫을 정도로 쨍쨍거린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귀엽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음치 설정이라 일부러 한음한음 적어서 노래 연습도 따로 했어요." 실제로는 목소리 톤은 좀 낮은 편이고 노래도 썩 잘한다. "며칠 전 만난 친구가 한참 얘기하다 '어 한정원!' 하더라고요. 아직 캐릭터가 남아있나 봐요."

"마지막회에 고두심 엄마가 안고 자장가 불러주는 장면이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보충 촬영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으니까 막 눈물 나고. 진짜 감정이었죠. 우리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푹 안더냐 하며 시샘하던데요.(웃음)"

'상도' 이후 10년 만에 MBC 드라마에 출연한 김현주는 "MBC로 데뷔해서 그런지 남다른 애정과 책임감이 있었다"고 했다(그는 1997년 노희경 작가의 '내가 사는 이유'에서 술집 작부 춘심으로 얼굴을 알렸다). "시청률이 개인적인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배우 스태프 모두 만족하고 있어요. 촬영 기간이 길어 체력이 좀 달리더라고요. 비타민과 박카스의 힘으로 버텼죠. 아, 자기 전에 스트레칭 하는 것도 꼭 빼먹지 않았어요."

배우는 한없이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차에서 쪽잠 자고 거의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촬영 일정에 허덕이면서 불만도 적지 않을 터. "몇번 도망가고 싶은 적도 있었죠(웃음). 어차피 미리 찍어도 드라마 들어가게 되면 생방처럼 몰리게 돼요. 바뀌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이젠 뭐…. 그냥 투정에 지나지 않게 되니 제 역할에만 몰두하려고요. 초반 3개월은 쉬는 날 없이 계속 밤샘촬영이었어요. 순대국집이랑 교보문고 촬영분이 많았는데 밤 10시 영업 끝난 이후에야 찍을 수 있어서. 원래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결국 링거를 세 번이나 맞았어요. 뭐 그래도 함께하는 배우들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시청률 잘 나오면 다 넘어가게 되죠(웃음)."

빡빡한 촬영 일정보다는 정원이 왜 빨리 신림동 친부모 집으로 들어가지 않는지 같은 감정선 잡는 일에 더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하도 답답해서 감독님께 빨리 신림동으로 보내달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내가 왜 이렇게 불평이 많아졌지 생각했는데 그건 내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기도 했어요. 배우의 자존심이기도 하고."

김현주는 너무 착한 역할만 해서 다음에는 좀 센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차갑거나 악하거나 그런 거요. 귀여운 악녀나 그런 건 해봤지만 악역은 해본 적이 없어요." 30대 중반, 여배우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나이다. 하지만 한정원에서 막 빠져나온 덕분일까, 여유와 긍정의 힘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나름 잘 살아온 거 같아요. 아쉬운 건 작품 많이 못 해본 거. 여배우로 누릴 것도 다 누려봤고 잃을 것도 쿨하게 잃어봤고. 지금이 또 다른 시작인 거 같아요. 앞으로가, 내가 할 연기가 아주 재미있을 거 같아서 기대돼요."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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