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명화가가 그린 산수화 등 그림 1,300여 점을 밀반입해온 재중동포가 경찰에 적발됐다. 국내에 밀반입된 북한 미술품이 경찰에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북한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 소속 화가들의 그림을 국내에 밀반입하고 갤러리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판매한 혐의(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위반)로 재중동포 김모(4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밀반입된 사실을 알고도 그림을 구입한 갤러리 대표 이모(47)씨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회에 걸쳐 북한 국적의 남편 김모(46)씨를 통해 북한 그림 총 1,300여 점을 중국에서 전달받았다. 김씨는 이 그림을 국제우편으로 보내거나 직접 들고 국내에 들어왔고 이 중 1,100여 점을 팔아 3,000여만원을 챙겼다. 김씨가 밀반입한 그림 중에는 월북화가 정창모씨와 공훈화가 전영씨의 작품도 포함됐으며 점당 적게는 3만원, 많게는 100만원에 팔았다.
경찰 조사 결과, 남편 김씨는 중국 연길에 있는 북한 교포단체 ‘조선해외동포 원호위원회’ 회원이었다. 그는 그림 판매대금의 절반과 연 8,000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평양에 있는 만수대창작사와 계약을 맺고 평양과 중국을 오가며 부인 김씨에게 그림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노동당 직속 미술창작단체로 이번에 문제가 된 조선화 창작단에는 인민화가 50여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그림이 북한에서 그려졌다는 걸 알리고자 작품을 들고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판매 대금 3,000여만원 가운데 860여만원을 지난해 중국에 있는 남편에게 송금했으나 이 돈이 북한에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 범행 과정에서 세관 검색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7월 조선화 500점을 신문지에 싸서 인천공항을 통해 들여왔지만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북한에서 밀반입된 물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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