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 성지호)는 17일 유신정권에 반대한 문인들을 간첩단으로 몰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한 ‘문인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문학평론가 김우종(82)씨에 대한 재심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국군 보안사령부로부터 감금과 가혹행위 등을 받은 것이 인정되고 수사관도 중앙정보부 소속이 아닌 점 등에 비춰 당시 진술조서 등은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며 “유죄로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뒤 “그 동안 고생 많으셨다. 고생의 보람이 있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며 이례적으로 격려의 말을 전했다. 김씨도 선고 공판이 끝나자 “(이제야) 홀가분하다”며 “이 사건으로 병을 얻어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내에게 위안이 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문인간첩단 사건은 1974년 보안사가 대학교수였던 김씨 등 5명의 문인이 조총련계 위장 잡지에 원고를 게재하고 원고료를 받았다며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적용해 구속한 사건이다.
당시 보안사는 가혹행위 등으로 이들에게 허위 자백을 받아냈고,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 간첩죄는 빼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이후 김씨 등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국가에 김씨 등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등의 조치를 권고했고, 김씨는 지난 5월 열린 재심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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