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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사의 하루 만에 경질… 분노한 관중 경기장 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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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사의 하루 만에 경질… 분노한 관중 경기장 난입

입력
2011.08.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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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사상 2번째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이 중 3차례는 팀에 우승컵을 안겼다. '야신' 김성근(69) SK 감독이 2007년 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달성한 성과다. 김 감독의 리더십 아래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2000년대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그런 김 감독이 시즌 중반을 갓 넘긴 18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SK 구단은 "이번 시즌을 마친 후 팀을 떠나겠다"고 17일 '폭탄 선언'을 한 김 감독을 전격 퇴진시키고, 이만수(53) 2군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프로야구 감독 자리도 독이 든 성배?

김 감독의 중도 퇴진으로 공교롭게 지난해 4강팀 사령탑이 모두 물러나는 사태가 빚어졌다. 만년 하위팀 롯데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했고, 선동열 전 삼성 감독도 전격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해 새롭게 바뀐 구단 최고위층과 마찰을 빚었고, 광주 출신의 선 감독은 삼성 그룹의 세대 교체와 야구단이 추구한 '순혈주의로의 회귀' 물결에 휩쓸려 낙마했다. 또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 신화를 창조한 김경문 두산 감독도 6월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김성근 감독은 영원한 반항아?

"열 두 번이나 잘려서 괜찮다." 18일 구단으로부터 중도 경질 통보를 받은 김성근 감독의 첫 반응이었다. 김 감독은 마흔 두 살이던 1984년 OB 감독을 시작으로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그리고 SK까지 20시즌 동안 6개 팀을 거느렸다.

그만큼 야구계에서 지도력은 인정 받았지만 한 팀에서 롱런 감독으론 안착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실제 김 감독은 구단과 마찰을 빚어 중도 하차한 전력이 많다. 1988년 OB, 90년 태평양, 99년 쌍방울, 2002년 LG 감독직에서 '쫓겨나야' 했다. 현장에 간섭하는 구단 방침에 반기를 들거나, 야구 스타일을 놓고 갈등을 빚은 탓이다. 특히 2002년에는 전년도 6위에 머물렀던 LG를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키며 '야신' 칭호를 얻었지만 결국 해고 통보를 받았다.

민감한 후계자 문제가 불씨?

김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야 할만큼 결정적인 이유는 구단과 재계약 과정에서 빚어진 불화 때문이다. SK는 올 시즌 후 계약 기간이 끝나는 김 감독과 6월부터 재계약을 논의했다. 그러나 SK 신영철 사장이 "이만수 2군 감독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김 감독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갈등의 불씨는 2007년 SK가 김성근 감독-이만수 수석코치 체제를 출범시킬 때부터 잉태됐다. 실제로 김 감독은 이후 2차례나 이 코치를 2군 감독으로 내려 보냈다. 야구계에서는 김 감독이 '차기 사령탑 후보 0순위'로 꼽히는 이 코치를 견제한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냈고, 구단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또 다른 이유는 전력 보강에 대한 김 감독과 구단의 시각차다. SK는 지난해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다시 올랐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타자 김재현의 은퇴와 유격수 나주환 등의 군입대로 전력 누수가 생겼다. 김 감독은 이후 구단에 전력 보강을 주문했지만 구단은 움직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7월31일 LG가 넥센과 전격적으로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하자 "우리 구단 프런트는 도대체 뭐 하는 거냐"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신일고 감독 시절 제자인 민경삼 SK단장으로부터 경질통보를 받은 김 감독은 "오랜만에 자유가 생겼다. 새로운 길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설렌다. 일본에 가서 푹 쉬다가 올 생각이다"고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야신'은 통산성적 1,234승 1,036패 57무를 남긴 채 그렇게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편 이날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김성근 감독의 경질에 분노한 수백 명의 팬들이 SK-삼성전이 끝난 직후 그라운드에 뛰어 들어 유니폼을 불태우는 등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불타오르는 유니폼 뒤로 '팬심, SK야구 우승, 폄하한 구단 관계자 사퇴하라'고 쓴 플래카드를 펼치는 등 20여 분간 시위를 지속하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이승택기자 lst@hk.co.kr

인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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