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위장계열사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를 통해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7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를 최 부회장의 차명대출로 의심, 자금의 성격과 사용처를 수사 중이다.
16일 사정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2006년 SK그룹의 해외출장 업무를 대행해 오던 여행전문업체 M사와 홍보전문업체 E사를 통해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70억여원의 대출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업체가 대출받은 자금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 또는 최 부회장의 개인투자에 활용된 것으로 보고 M사와 E사를 압수수색했고, 최 부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상태다. 삼화저축은행은 부실대출 및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대주주와 임원들이 기소됐고, 현재까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그룹 오너로서 70억원 정도의 자금융통 능력을 갖춘 최 부회장이 개인대출도 아닌 위장 계열사로 의심받는 업체를 통해 대출받은 점, 제1금융권이 아닌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점 등으로 미뤄볼 때 70억원이 비밀리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최 회장의 1,000억대의 선물투자 손실과정에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고 보고 자금의 출처, 조성 경위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앞서 국세청은 최 회장의 투자금 3,000억원 중 2,000억원이 김모 전 SK고문 계좌를 이용해 투자한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세무당국은 문제의 2,000억원을 김씨가 직접 운용한 투자금으로 봤고, 최 회장이 건넨 증여로 판단해 김씨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에 불복해 세금 불복 청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 회장의 선물투자 과정을 파악하고자 김씨를 소환하려 했으나, 수사 초기 김씨가 해외로 출국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김씨는 홍콩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K측은 “M사 E사는 위장계열사가 아니다. 선물투자도 최 회장의 개인자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김씨는 이미 고문직에서 물러나 우리가 연락을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최 회장이 미래저축은행에서 동생과 지인 명의로 800억원대 차명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회장 지인이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 5곳으로부터 400억원을 대출받은 뒤, 이를 최 회장이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위 파악을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특수2부와 금융조세조사3부에서 진행 중인 사건이 결과적으로 비자금 조성 의혹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르면 다음주 초 두 사건을 하나의 부서로 통합할 방침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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