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가의 5,000억원 규모 사회복지재단 설립을 주도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16일 "기업 차원의 기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개인(대기업 총수) 차원의 기부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재 2,000억원을 출연한 정 전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의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이긴 하지만 왜 돈을 버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며 "돈을 벌수록 가치가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지, 가치가 없는 사회에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경제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어떤 체제든 문제가 있으면 수리ㆍ보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이야기하면 당내에서 변변한 토론도 없이 결론이 나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박근혜 대세론'에 제동을 걸었다.
-사재 2,000억원을 내놓은 배경은.
"원래 아버님(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인 3월에 하려고 했지만 준비 기간 때문에 늦어졌다. 아버님은 1977년 현대건설 주식 500억 원으로 아산사회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집안에서 그때와 다른 사회 문제가 생긴 만큼 새로운 재단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현대그룹은 빠졌는데.
"형님(정 회장)은 별도로 (출연)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있고, 현대상선 쪽은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다."
-추가 출연 계획도 있는가. 대선 출마를 앞두고 현대중공업 지분도 정리해야 하지 않는가.
"여유분을 보면서 (출연을) 계속할 예정이다. (남는 현대중공업 지분은) 제가 밥 사먹고 술 사먹는 데 쓸 돈도 아니고 수십 만 명의 일자리가 달린, 일종의 경영 환경을 안정적으로 해주는 기금이다.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해보겠다."
-사재 출연을 대선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아버님은 본인을 '부유한 노동자'라고 했는데 저는 스스로를 '정치 노무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기계가 된다. 제가 뭘 기부했다는 것도 정치를 위해 했다고 하면 제 스스로 처량한 사람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공생발전'과 맥이 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회 양극화, 중산층 붕괴, 청년 실업은 우리 사회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문제들로 해결이 쉽지 않다. (사재 출연이) 기업들이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주인공인 자본가의 인기가 없으면 자본주의를 할 수 있겠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박 전 대표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분석도 있는데.
"한 나무만 심으면 안 좋다고 하지 않는가. 국민들이 볼 때 '저 사람 대통령 할 수 있겠다'는 사람이 한나라당에 4,5명은 있어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어려운 만큼 치열한 경쟁이 꼭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당의 손실이다. 대선까지 1년 반 남았는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연대할 것이라는 설이 꾸준히 나오는데.
"김 지사는 능력도 있고, 학생 때 생각한 것이 틀린 점도 용감하게 인정하고 겸손하다. 김 지사 같은 분이 앞으로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 지사는 한나라당의 큰 '자산'이고 '그늘'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대통령에 이어 현대그룹 출신이 대권을 잡는 데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는데.
"이 대통령은 현대 사장을 했기 때문에 당선된 게 아니라 서울시장 이미지로 대통령이 됐다. 미국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대통령을 하지 않았는가."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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