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한(사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16일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했다.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2009년 10월 출범한 정책금융공사 초대 사장이 하이닉스 매각이라는 중요 업무가 진행되는 도중에 퇴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 사장 임기는 내년 10월까지다.
유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채권단의 구체적 입찰조건 논의 과정에서 결정되지 않은 사안들이 언론에 배포되면서 많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죄송하다"면서 "시중의 루머를 잠재우기 위해 가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 개인적인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고 사의 배경을 밝혔다.
앞서 11일 유 사장은 하이닉스 구주(채권단이 15% 보유)를 더 많이 매입하는 인수후보자에게 가산점을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기자설명회를 자청했다가 되레 소문을 확인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유 사장은 "채권단 보유지분에 더 많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유 사장이 말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입찰자가 인수하는 구주 지분량에 시세차익(인수가격- 시장가격)을 곱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이에 대해 보도자료에서 "일반적인 입찰원칙을 설명한 것으로 이마저 채권단의 욕심으로 비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서도 인수주체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유 사장이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자 부담을 느껴 사의를 표명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한 SK텔레콤과 STX가 인수 포기를 선언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유 사장이 중도 사임한 것은 뭔가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융계 일각에선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유 사장이 정계 진출을 위해 사임했다는 소문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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