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에서 숨진 재미동포 대학생 강훈(영어명 스캇 강)군 의문사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미국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60대 외국인이 관련 단체 사무총장을 맡아 물심양면으로 강씨 사건에 매달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강군 피살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광복절인 15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주재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강군 사건을 단순사고로 조기 종결한 일본경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 뒤 4,500여명이 서명한 재수사 촉구 서한을 미야모리 조지 일본 총영사에게 전달했다. 애틀랜타 한인회와 대책위는 이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재수사 이행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나서줄 것을 주장 했다.
강군은 뉴욕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8월 잠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도쿄 신주쿠 한 건물에서 머리가 피투성이 된 채 발견됐다. 이후 강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았으나 닷새 만에 숨졌다.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강군이 일본인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한 듯 배를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시신 부검 결과도 계단에서 넘어져 숨졌다는 일본경찰 주장과 다른 것으로 나왔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이날 낮 12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된 집회에서 레이먼드 위즈니악(64) 대책위 사무총장은 "일본에서 피살됐으나 인종차별 때문에 사고사로 처리된 사건이 여러 건 있다"고 성토했다. 한국여성을 살해하고 토막 내 유기한 일본 남성에게 일본 법원이 6월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음에도 일본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거졌던 외국인 차별논란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과시하며, 미 경찰을 상대로 대책위 대변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위즈니악 사무총장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미 육군에 징집됐으나 휴전선에 배치돼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년 전 조지아주 디캡카운티 교도관에서 교도관으로 퇴직할 때까지 상담활동을 펼치며 한인들을 도왔다.
대책위는 강군 사망 1주기인 이달 30일 일본으로 건너가 경찰이 단순 사고사로 수사를 종결한 근거를 따질 계획이다. 또 현장 CCTV 화면 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조지아주와 연방 의회에 청원서를 낼 예정이다. 강군의 아버지는 "이번 사건이 고국에도 널리 알려져 국제변호사 선임 등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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