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님도 자주 그런 말씀 하세요. 대체 근본도 모를 그런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냐고."
DJ DOC의 히트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의 주인공 강재민 역의 이재원(25)은 넘치는 자신감만큼은 톱클래스 배우다. '아저씨'의 또치 역 등 몇 편의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이 신인 배우는 그래도 요즘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 갈채에 기대어 '오버 연기'를 할까 봐 마음을 다잡고 있단다.
"노래 실력이 부족해 뮤지컬 출연은 막연한 꿈이었다"는 그는 2009년 그룹 FT아일랜드의 이홍기가 주연한 '한여름밤의 꿈'무대에 처음 오른 뒤 겨우 두 번째 작품으로 뮤지컬 주인공을 꿰찼다.
"극 중에서 그룹 '스트릿 라이프'의 리더인 강재민이 래퍼라서 가능했던 거죠. 이번 공연을 계기로 도전할 수 있는 연기 분야가 하나 더 늘어난 것 같아 기뻐요."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이던 그가 배우의 길에 눈을 뜬 것은 힙합 음악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친구가 들려 준 힙합 그룹 CB매스의 음악에 반해 인터넷 랩 동호회에 가입했고, 갱스터 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파치노 같은 대배우가 펼치는 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랩은 단순한 취미 이상으로 실력을 쌓아 그룹 SS501의 김형중이 부른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랩 가이드(음반 제작 전에 가수가 이해하기 쉽도록 다른 사람이 미리 녹음해 들려주는 것)를 하기도 했다. 그 덕에 그는 랩 실력과 연기력 모두 뛰어난 주연 배우를 찾느라 오디션을 10여 차례나 열었던 제작진에게 희망이 됐다.
관객도 지난 3일 첫 공연을 포함해 이제 막 16회의 공연을 마친 그를 주목하고 있다. 티켓 판매 사이트에는 "여러 면에서 특출한 배우가 우리 앞에 설 수 있게 돼 반갑다"는 공연 후기가 하나 둘씩 올라오고 있다.
동네 양아치, 시시껄렁한 주인공의 친구 등 영화에서 개성 강한 역할을 주로 맡아 온 그는 개인의 순발력보다 무대 연출과 배우들의 하모니가 중요한 뮤지컬을 하면서 "처음엔 숨을 못 쉴 것 같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사를 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연출자는 못하게 하니까 많이 답답했죠. 지금은 까불기만 하다가는 극의 중심이 무너진다는 걸 잘 알지만요."
그는 양동근처럼 다방면으로 끼를 발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톡톡 튀는 역할을 접하면 오디션을 앞두고 잠이 안 올 만큼 흥미롭고 설레지만 이제는 진지한 역할에도 도전해 확실한 내 색깔을 찾아나갈 겁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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