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공연 홍수 속에 독립뮤지컬을 표방한 '모비딕'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배우가 연기와 노래, 악기 연주까지 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는 파격을 시도한 공연은 20일까지 공연 전회 전석이 이미 지난 3일 매진됐다.
객석이 110석에 불과한 소극장 공연이긴 해도 연기 경험이 전무한 서양 클래식 악기 연주자들로 출연진을 꾸린 점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극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이스마엘을 연기하는 흥행 주역 신지호(24)는 "기쁘지만 '모비딕'의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은 관객에게 소개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도 크다"며 "기존 뮤지컬과 달리 콘서트 현장에 와 있는 듯 압도적인 음악의 매력에 관객이 신선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버클리음대 출신인 그는 그룹 2PM의 닉쿤을 닮은 외모로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버클리 닉쿤'으로 소개되기도 한 팝 피아니스트다. 지난해 뮤지컬 '쓰릴 미'에 피아노 반주자로 참여하려다 방송과 앨범 스케줄이 겹쳐 포기했지만 '쓰릴 미' 제작진의 소개로 '모비딕'과 만났다.
"어려서부터 연기의 꿈은 늘 있었지만 노래를 병행하는 뮤지컬 연기는 생각지도 못했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어요. 연기, 노래, 연주 모든 걸 다할 수 있는 장르라니 신기하잖아요."
하지만 호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회가 "한 300번쯤 밀려 왔다"고 했다. 두 번의 워크숍과 한 번의 지방 공연을 거치며 1년간 계속된 제작 과정에서 부족한 연기에 대한 질타가 이어져 자괴감이 들었다.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제 딴에는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데 어색하다고 비난하니까 상처를 많이 받았죠."
그래도 '모비딕'의 이스마엘이 아픔과 상처를 통해 성장해 가듯 자신도 성장해 왔다고 믿기에 새로운 도전에 만족하고 있다. "이런 말 좀 부끄럽지만 피아니스트로서 연습하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할 때처럼 손에 굳은 살이 박히고 멍이 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초심을 되찾았다고 할까요." 연기를 익힌 만큼 연주도 이전보다 더 극적으로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모비딕'이 끝난 후에는 9월 1일 개막하는 음악극 '국화꽃향기'의 음악감독으로 관객과 만난다. 32곡의 연주곡과 남녀 주인공이 각각 부르는 삽입곡 2곡의 작곡을 맡았다. 그는 "아직은 배역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아마추어 연기자라 일정이 바쁜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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