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천수답(天水畓).' 농업에서 날씨의 중요성을 뜻하는 옛말이다. 여전히 기상이 작황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이지만, 이젠 출하시기와 재배방식, 시장정보력 등 품목 맞춤형 전략에 따라 같은 상품을 팔아도 소득이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 나는 시대가 됐다. '농작물의 특징을 알면 소득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16일 농촌진흥청이 13개 주요 작물의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농가를 비교한 '2010년산 농산물 소득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을배추 1㎏당 판매가격이 고소득농가는 858원으로 저소득 농가(317원)보다 2.7배 높았다. 결과적으로 1,000㎡당 4,858만원의 순소득을 올려 하위 20% 농가(962만원)보다 5배나 많이 벌었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 및 이상저온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높았던 9월 하순~10월 초 조기 출하한 농가들이 재미를 봤다는 게 농진청의 분석이다. 농진청은 "재배 시작 전 육묘 생산자의 동향, 타 지역 작황ㆍ가격 등을 주의 깊게 살펴 출하시기를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구마의 경우 고소득 농가는 1,000㎡당 2,323만원의 소득을 올려 저소득 농가(245만원)보다 9.5배나 많았는데, 비결은 생산량이었다. 고소득 농가는 1,000㎡당 1,942㎏을 생산해 저소득 농가(848㎏)보다 2.3배 많았다. 농진청은 "고소득농가는 고구마의 생육 특징에 주목했다"며 "수확 시기를 늦출수록 알이 굵어져 고구마 생산량이 늘어나는 특성을 이용, 수확 시기를 50일 가량 늦췄다"고 전했다. 조기 출하해야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나중에 수확하면 수량 증대 효과가 더 커 가격하락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사과는 고소득 농가의 1,000㎡당 생산량이 8,727㎏으로 저소득 농가(6,786㎏)보다 많았고, 1㎏당 가격도 2,183원으로 저소득 농가(1,369원)보다 59% 높았다. 비결은 재배방식. 나무 사이 간격을 좁히는 밀식재배를 도입, 생산량을 늘리고 큰 나무에 가려 빛을 못 받아 착색이 안 되는 과수도 줄였다. 농작물의 특징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재배해야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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