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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카드사 수수료 갈등 확산… 고객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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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카드사 수수료 갈등 확산… 고객만 피해

입력
2011.08.1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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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권유 전화를 받고 보험에 가입한 뒤 매달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입했는데, 갑자기 카드 가맹점 계약이 종료됐다며 8월부터 자동이체로 바꾸라고 하니 황당하네요."(PCA생명 보장성 보험 가입자)

생명보험사들이 높은 수수료율을 빌미로 속속 보험료 카드 결제 중단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손해보험사들도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보험ㆍ카드사 간 갈등이 깊어질 경우 고객들에게 불똥이 튈 우려가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보험사 PCA생명은 이달부터 보장성ㆍ저축성 상품의 보험료 카드 결제를 전면 중단했다. PCA생명 측은 6월부터 고객들에게 "카드사와의 수수료 문제로 가맹점 관계가 해지돼 자동이체로 변경하지 않으면 효력이 상실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앞서 교보ㆍ대한생명 등 대형 보험사가 지난해 9월과 10월 카드 가맹점 계약을 철회한 데 이어, 올해 초부터 INGㆍ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도 가세했다. 삼성생명은 계열사인 삼성카드에 한해 일부 보장성 상품에 대해서만 카드 결제를 허용 중이다.

생보업계가 카드사들과 갈등을 빚은 건 작년 6월부터. 금융위원회가 보험상품의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고친 게 발단이었다. 카드 결제 요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보험료만 카드 결제를 금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카드 결제가 늘어 부담이 커질 것을 염려한 보험사들은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카드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보업계는 무엇보다 카드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한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만약 3% 요율을 적용해 수입보험료를 모두 카드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수수료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보험업계의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이자가 발생하는 저축성 상품을 카드 결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은행 예ㆍ적금 상품의 카드 결제가 허용되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주장했다.

손보업계 입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카드 수수료율이 과도하며 ▦예ㆍ적금과 유사한 장기보험에 대해 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것은 금융상품 간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손보사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업계 평균 약 2.99%로, 골프(1.96%)나 백화점(2.40%) 등 일반 사치성 취급업종은 물론 사치소비성이 높은 면세점(2.60%)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기보험뿐 아니라 의무보험 성격인 자동차 보험에 대한 합리적인 수수료율 적용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정책당국에 비상식적인 수준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재차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이 소속된 여신전문협회 관계자는 "카드 결제 비중이 증가할수록 수수료율을 낮춰주고 있다"며 "현재 대형 생보사의 보험료 카드 결제 비중이 0.13%에 불과한데도 생보업계가 수수료율 1.5%를 고수하는 바람에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생보업계가 실제 수수료율을 낮추기보다는 일부 보장성 보험에 한해서만 카드 결제를 허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제 수단이 제한되면 결국 소비자가 불편해진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로 결제하면 보험료 결제액만큼 포인트가 쌓이는데다 금융거래 실적이 늘어나 신용등급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며 "보험사의 카드 결제 회피는 소비자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업계 이익 다툼의 불똥이 보험 가입자에게 튀고 있는 셈"이라며 "소비자가 결제 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경로를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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