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축제는 새 개념, 융합, 텍스트의 해체에 대해 첫 단추를 꿰는 장이다. 향후 세계적인 실험극 공연 축제로 키우겠다."
젊은 전위 예술가에게서나 들을 법한 이 말은 최치림 한국공연예술센터(HanPAC) 이사장이 12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기자들을 앞두고 한 말이다. 19일 개막하는 '2011 HanPAC 새 개념 공연 축제'에 거는 그의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짐작케 한다.
이 축제에서는 'Make the Difference-다른 것을 해라'라는 주제 아래, 전통적인 공연 장르를 벗어난 12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피지컬 시어터 페스티벌' '변방연극제' 등 군소 단체나 그룹별 예술가들이 막 솟아오르는 새 형식의 예술을 묶어내려는 시도는 간간이 있었지만 공공 극장이 주최가 돼 이 같은 작업을 펼치는 것은 처음이다. 작품들은 극작가가 아닌 연출가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연희자의 몸이 갖는 의미를 천착한다. 최 이사장은 이를 일러 "몸으로 쓰여지는 시(詩)들의 향연장"이라 했다.
"우리의 무용은 동작을 지시하기보다 상상을 유발한다." '움직이는 프리젠테이션'을 올리는 똥자루무용단의 연출가 이성재씨의 말은 이 무대가 새로운 예술 이념에 대한 즐거운 담론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댄스씨어터 까두의 '휘어진 43초 속의 여행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남녀관계로 치환시키는 등 즉물적 시선이 돋보인다.
크리에이티브VaQi의 '강남의 역사-우리들의 스펙터클 대서사시'는 억대 보험금을 타 강남에서 "폼 나게" 살려 집에 불을 낸 면목동 소년에게서 모티프를 따왔다. 연출자 이경성씨는 "넉 달 동안 두 곳을 면밀히 관찰하고 사건담당 형사, 범인의 친구 등 관련인들을 인터뷰 해 시적 이미지로 재조합 했다"고 설명했다.
LimAMC의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는 클래식에서 판소리,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를 한 데 모아 요령 있게 펼쳐낸다. '잼(JAM)있는 공연' 시리즈의 3편이기도 한 이 무대는 전혀 이질적인 장르들의 충돌 속에서 새롭고도 즐거운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해 온 집단의 특성이 발현된다. 2250년의 세계를 일렉트로니카 음악과 3D 영상으로 그리는 인터미디어퍼포먼스랩의 'Synchronous', 윤이상의 작품을 모티프로 현대 무용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아지드현대무용단의 '윤이상을 만나다' 등도 무대에 오른다.
우리 시대를 감각적으로 포착한 이들 무대가 성인용이라면, HanPAC이 미디어 퍼포먼스라는 부제를 달고 올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말하자면 가족용이다. 아동 판타지인 원작에 무용 영화 사진 비디오 등을 버무리고 한국어로 언어 유희까지 곁들인다. HanPAC이 5년 동안 공들여 온 무대다.
HanPAC은 이 축제를 매년 9월 정례화할 계획이다. 19일~10월 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02)3668-0007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