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
한국 육상이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녀 10개 종목에서 10명을 결선에 진출시키겠다는 다짐이다.
한국은 역대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단 1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김재룡이 남자 마라톤에서 4위(1993년), 이진택이 높이뛰기에서 공동 6위(1999년), 김덕현이 세단뛰기에서 9위(2007년), 이명선이 여자 포환던지기에서 10위(1999년)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선수 60명과 임원 29명 등 총 89명을 출전시켜 메달 사냥은 물론 10-10 프로젝트도 함께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솔직히 말해 한국이 트랙 종목에서 결선 진출자를 배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트랙 육상은 0.001초까지 기록을 다툰다. 대회 개최국 어드밴티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기록 차이를 하루아침에 극복하기 힘든 종목이 바로 육상이다. 그나마 남녀 허들에서 박태경(31ㆍ광주광역시청)과 정혜림(24ㆍ구미시청)이 기대주로 꼽히지만 예선 1회전 통과 여부조차도 불투명하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전략 종목으로 양성하고 있는 남자 400m계주팀은 지난 5월 한국기록을 39초04까지 앞당기는 등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완쾌한 전덕형(27ㆍ경찰대)이 합류하면서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계주는 특성상 바통을 주고 받을 때 뜻하지 않은 실수로 순위가 순식간에 뒤집히기도 한다. 일본이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낸 것처럼 한국이 내심 이변을 기대하는 이유다.
필드 종목에서는 세단뛰기 김덕현(26ㆍ광주광역시청)의 결선 진출 가능성이 크다. 김덕현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멀리뛰기와 5월 대구국제육상대회 세단뛰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국제대회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제 몫을 해내는 선수다. 평소 "한번 제대로 걸리면 메달도 문제없다"고 말할 정도로 두둑한 배짱도 지닌 김덕현이 대구 대회에서 대형 사고를 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도로 경기로 눈을 돌리면 숨통이 트인다. 한국은 이번 대회 마라톤과 경보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20km경보의 김현섭(26ㆍ삼성전자ㆍ최고기록 1시간19분31초)은 금메달까지 넘볼 태세다. 마라톤에선 정진혁(21ㆍ건국대)이 다크호스다.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도전 3번 만에 2시간9분28초로 골인해 실력을 증명했다. 또 정진혁과 황준현(24ㆍ코오롱), 이명승(32ㆍ삼성전자)을 앞세워 마라톤 단체전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체전은 나라별 출전선수 5명의 기록 가운데 가장 좋은 상위 3명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번외 종목이다. 한국은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유재성 코치가 이끄는 여자마라톤도 김성은(22ㆍ삼성전자)을 비롯해 정윤희(28ㆍ대구은행), 이숙정(20ㆍ삼성전자), 최보라(20), 박정숙(31ㆍ이상 대구은행) 등 5명이 단체전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25ㆍSH공사)와 남자 창던지기의 정상진(27ㆍ용인시청)도 자신의 최고기록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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