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코리아, 웰컴 투 대구, 위 아 더 위너스."
16일 오후 4시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난데없는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괌, 피지 5개국의 시민서포터즈를 맡은 대구 남구 늘푸른봉사단 40여명이 선수 입국을 맞아 응원 연습을 종합 점검한 자리였다. 5분간의 치어리더 공연으로 몸을 푼 이들은 진도북 공연에 들어갔다. 5개국 국기를 손에 든 이들은 뙤약볕 속에서도 두 손을 들어 "프랑스 만세" "피지 파이팅"을 외쳤다. 장윤경(44ㆍ여) 대구경북늘푸른자원봉사단 문화예술과장은 "외국 선수들에게 대구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206개 참가국을 위해 5월 12일 137개팀 1만7,099명으로 발족한 대구시민서포터즈가 최근 외국 선수단의 도착으로 부쩍 바빠졌다. 해당 국가 선수들이 입국할 때면 어김없이 공항에 환영 플래카드를 내걸고 꽃다발을 목에 걸어주는 풍경이 일상화됐다. 입국에서 출국까지 따뜻한 대구의 이미지를 심는 이 민간외교관들은 환영ㆍ환송식과 경기장 응원, 관광 안내도 맡는다.
300여명으로 구성된 남구 늘푸른봉사단은 6월 중순께부터 응원 연습에 돌입했다. 한 주에 두 번 하던 연습을 지난달부터 네 번씩으로 늘려 맹연습 중이다. 일반 서포터즈와 달리 모듬북, 진도북, 치어리더 등 문화예술공연을 접목해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봉사단원들은 담당 응원 국가의 국기를 들고 '봉주르', '하우 두 유 두' 등 간단한 인사말을 익히기도 했다. 대학생 봉사단원인 박이슬(22ㆍ여)씨는 "프랑스팀을 맡아 일상 용어와 역사 문화 등을 열심히 익히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10일 대구공항에서 호주선수단도 맞은 이들은 단순한 환영행사에도 감동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환영행사에 참여한 김나영(28ㆍ여ㆍ학원강사)씨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환영 프로그램을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며 "기회가 되면 한국의 문화와 정신을 많이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미국, 호주, 자메이카 국기 모양의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대구공항으로 달려갔다.
2002월드컵과 2003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로 경험을 쌓은 대구시민서포터즈는 이번 세계육상선수권에 가난한 나라들이 대거 참여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선수 2명을 파견하는 오세아니아 키리바시 시민서포터즈를 맡은 대구 남구 대명9동 주민들은 환영식과 응원 외에도 선물을 준비했다.
자메이카와 영국령인 버뮤다를 맡은 대구 수성구 고산2동 시민서포터즈도 버뮤다 선수들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 마음을 쏟고 있다. 자메이카 시민서포터즈 회장인 권홍배(62ㆍ사업)씨는 "우사인 볼트를 배출한 육상 강국 자메이카는 대회 기간 내내 뉴스의 중심에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체류비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버뮤다 선수들은 우리 아니면 챙길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 대신동 주민들은 선수단 규모가 작은 나라를 3개씩이나 맡았다. 동티모르, 몰디브, 부탄을 담당하는 주민들은 지도와 책을 통해 이들 선수들과 소통할 길을 찾고 있다.
대구시민서포터즈는 대회 기간 중 하루 1,800여명이 주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을 찾아 응원전을 펼치기로 했다.
정근식(66ㆍ환경업) 대구시민서포터즈 회장은 "외국 선수들이 대구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친절과 미소로 보살피겠다"며 "시민서포터즈 활동이 대구 브랜드를 살리는 밑거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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