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에로는 내기 힘든 고음이 많은데다 악기끼리 주고 받는 형식이 자주 등장해 앙상블로는 까다로운 작품이죠. 셋잇단음 중심의 변박도 많아 잔뜩 긴장되지만 흔치 않은 오보에 콰르텟 형식을 선보인다는 기대도 커요."
오보이스트 전민경(33)씨는 영국 작곡가 해리슨 버트휘슬의 '오보에 콰르텟' 국내 초연을 앞두고 긴장과 기대로 흥분된 모습이었다. 그는 다음달 TIMF앙상블의 현대음악 조명 시리즈 'Sound on the Edge'의 두 번째 공연 '오보에 플러스'에서 이 곡을 선보인다.
윤이상이 오보에의 거장 하인츠 홀리거에게 1994년 헌정한 '동과 서의 단편'도 까다롭기로는 그에 버금간다. "오보에가 특정 고음을 지속하면 피아노와 첼로가 그 음을 받아 선율을 이어가죠. 농현 등 기법에서 한국의 정서가 짙은데 그래서인지 여타 현대 작품보다 애착이 많아요."
사실 현대음악 악기로서의 오보에는 더 이상 목가적이지 않다. 함께 연주될 베리오의 '오보에를 위한 시퀀스 7'을 보자. "텅잉(혀로 취구를 막았다 뗐다 하며 독특한 음을 내는 기법), 두 음 동시에 내기 같은 테크닉은 보통이고 특정음의 음색을 다섯 가지로 구사해야 해요." 오보에 서커스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한 그에게는 "뛰어난 곡 해석력과 아름다운 소리를 지녔다"는 평이 따랐다. 현대성,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손에 넣은 걸까.
"2008년 귀국 독주회는 현대곡 일색이었지만 지난해의 두 번째 독주회는 슈만, 바흐, 풀랑을 올렸어요." 플라스틱으로는 만들 수 없어 클라리넷이나 플루트처럼 초보자용 악기가 없는 탓에 대중성이 떨어지는 오보에의 태생적 한계를 폭넓은 연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카피(copy) 악기가 들어오는 추세지만 프랑스나 독일에서 나는 흑단(장미나무)에서 나오는 음색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 연주회는 내년 하반기에 현대, 낭만주의, 바로크를 골고루 들려줄 생각이에요."수용자 중심의, 흥미로운 콘서트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오보에 플러스' 공연은 9월 7일 오후 7시30분 일신홀. (02)3474-8317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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