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편향’ 논란을 빚은 금성출판사 근ㆍ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명령은 적법하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1심이 지적한 교과용 도서심의회 심의절차를 거쳐야 할 법적 이유가 없고,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검토절차가 진행됐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행정1부(부장 김창석)는 16일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공동저자인 김한종(52) 한국교원대 교수 등 3명이 “역사교과서 수정지시는 위법하다”며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상대로 낸 수정명령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 교수 등은 검정교과서 수정명령을 위해 교과용 도서심의회 심의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내용은 관계법령에 규정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수정지시를 내리기 전 교과부가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통해 수정권고안을 제출받았다는 점에서 적절한 검토절차를 밟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교과서의 수정 필요성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수정작업도 재량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정된 내용에 본질적인 훼손이나 변경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원심과 같이 교과부에 교과서 검정 권한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오류가 없는 검정교과서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생겨날 수 있다”며 “교과부의 검정 권한에는 추후 교육목적에 적합하게 수정하도록 명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있다”고 판시했다.
교과부는 2008년 ‘분단 책임을 미국이나 남한 정부 수립으로 돌리는 등 내용이 편향됐다’는 취지의 보수단체 의견을 근거로 금성출판사에 한국 근ㆍ현대사 검정 교과서 일부 내용을 고치라고 권고했다. 이후 금성출판사는 김 교수 등의 동의 없이 내용을 수정해 교과서를 인쇄ㆍ배포했고, 김 교수 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교과부가 교과용도서심의위원회를 통한 심의를 거치지 않는 등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다만 “국가는 검정 신청 도서의 내용이 편향적인지 등을 심사할 수 있다”며 교과서 검정의 최종 권한이 교과부에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