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24ㆍ바르셀로나)와 함께 아르헨티나가 배출한 ‘축구 신동’ 세르히오 아게로(23ㆍ맨체스터 시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오랜 속설을 깨뜨렸다.
아게로는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완지시티와의 2011~12 EPL 1라운드 홈 경기에 후반 교체 출전, 30분 만에 2골 1도움을 기록하는 폭풍활약을 펼쳐 팀의 4-0 대승을 이끌고‘축구 종가’ 데뷔 무대를 장식했다.
EPL에는 ‘남미 출신 선수들은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1990년대 후반 세계 4대 미드필더로 꼽혔던 아르헨티나의 세바스티안 베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첼시에서 ‘먹튀’소리를 들을 정도로 부진했고, 브라질의 호비뉴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시절 기대를 밑돌았다.
우루과이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골든슈에 빛나는 디에고 포를란은 맨유 데뷔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카를로스 테베스(맨시티)는 남미 출신으로 보기 드물게 EPL에서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그러나 테베스도 데뷔 초반에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2006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테베스는 2007년 3월 데뷔골을 터트릴 때까지 20 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그러나 남미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던 ‘EPL 징크스’는 아게로의 천재성 앞에서 통하지 않았다.
아게로는 벤치에서 개막전을 맞았다. 2011 코파 아메리카에 출전했고 팀에 합류한지 2주 남짓 밖에 되지 않아 훈련 시간도 부족한 탓이다. 1-0으로 앞선 후반 14분 나이겔 데용과 교체 투입된 것은 전술적 선택보다는 적응을 위한 배려의 성격이 짙은 용병술이었다.
그러나 아게로는 30분간 2골 1도움을 몰아치며 ‘천재에게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후반 23분 마이카 리차즈의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로 밀어 넣은 아게로는 2분 후 오버헤드킥 패스로 다비드 실바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종료 직전 오른발 중거리포로 골 네트를 흔들었다.
로베르토 만치니 맨시티 감독은 “100% 컨디션이 아님에도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의 플레이는 호마리우(은퇴한 브라질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를 보는 듯 했다”며 아게로에게 찬사를 보냈다.
아게로는 비슷한 또래인 메시에 가려 각광 받지 못했지만 재능과 이력은 그에 못지않다. 2007년 캐나다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와 득점왕을 휩쓸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데뷔, 지난 시즌까지 175경기에서 74골을 뽑아냈지만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에 스페인에서 활약하는 공통점이 있는 메시에 가려 주목 받지 못했다.
아게로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위로도 유명하다. 마라도나의 막내 딸 히아니나 마라도나와 결혼해 2009년 2월 아들을 얻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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